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중 발의하는 미술품 유통법의 내용에 화랑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장 모습.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미술시장 투명화를 겨냥해 의미심장한 법안을 준비해왔다. 시장의 고질인 짝퉁 작품 시비 근절을 위해 지난 연말부터 추진해온 ‘미술품 유통법’이다.
문체부 법안은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진위작을 가릴 국립감정평가원 신설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최근 심의를 요구해 새달 말께나 발의될 전망이다. 여론은 뜨악하다. 발의가 늦춰진데다 지난달 일부 공개된 입법최종안을 놓고 개혁성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초안과 달리 최종안은 유통업자·감정업자에게 위작 손해배상 때 입증 책임을 물리려 한 조항을 뺐다. 이 조항은 과거 위작사건 때마다 업자는 빠져나가고 구매자만 입증 책임을 지는 ‘적폐’ 관행을 고치려 넣었던 것. 다른 제조품과 마찬가지로 미술품에서도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는데, 규제개혁위가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사라지게 됐다. 시장 영향력이 큰 경매업을 허가제로 했다가 등록제로 완화한 것도 개혁성을 퇴색시켰다는 평가다.
법안이 변질된 배후엔 화랑업자들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위작 입증 책임을 지운 법안이 불황을 부추길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작품 감정에 얽힌 업계 혼선이 빌미를 준 국립감정평가원 신설도 국가의 부당개입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결국 정·관계 로비에 능한 업자들의 이해관계만 최종 법안에 반영된 격이다. 이들은 한술 더 떠 법안에 포함된 거래이력 관리 의무화 규정도 없애라고 한다. 진위작 검증을 위해 세계시장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식인데도, ‘큰손’들 신분 노출 우려가 크니 장사엔 필요없다는 식이다. 지난달 화랑협회 정책세미나에서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 양도소득세를 폐기 또는 유예해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국립기관·지자체의 미술품 구입비를 100억 이상 올리라는 요구까지 꺼냈다. 한마디로 ‘생떼’에 가까운 주장이다. 업자들은 미술제도 공공성이나 젊은 작가 발굴 투자는 거의 외면하고, 단색조 회화 등 팔리는 복고품 장사에만 눈독 들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시장의 자율 정화를 외치면서도 수십년 위작 유통 시비를 거듭해왔고, 아트페어에서 작가들 뒷돈 받아 출품시키는 등의 구태도 버리지 못했다. 앞가림은 안 한 채 이기적 요구만 늘어놓는 꼴이다. 소장 예술인 단체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지난달 법안 개악 반대 성명을 내며 이렇게 꼬집었다. “미술시장은 현금영수증 발행, 거래이력 관리, 위작 증명 책임, 양도소득세 그 어떤 의무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위작 유통과 횡령, 탈세와 같은 경제범죄에 화랑업계가 계속 연루되는 이유는 무법 지대에 가까운 시장 상황에 있다…미술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진보적 정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식에 기반한 질서라도 세워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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