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누리꾼들 혹평 받은 영상
동계올림픽 개막 100일 남았는데
정책브리핑 누리집·산업부 유튜브 계정에 그대로
누리꾼들 “제발 지워라” 댓글 이어져
기사 나간 뒤에야 동영상 삭제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아라리요 평창’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먼 미래’일 것만 같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을 불과 1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2차례 유치 실패를 딛고 어렵사리 성사됐지만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와중에는 조양호 전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이 최순실씨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죠.
박근혜 정부의 마뜩찮은 홍보도 문제였습니다. 혹시 ‘아라리요 평창’이라는 이름의 동영상을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9월27일 공개된 이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 올림픽 홍보를 위해 열리는 ‘평창 댄스 비디오 콘테스트’를 알리기 위해 예산 2억7000만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실제 제작사는 ‘라우드픽스’라는 곳인데요. 아리랑을 재편곡했고, 시스타 출신 가수 효린이 보컬을 맡았습니다. 정성호·김준현 등 개그맨과 강릉시청 쇼트트랙팀 등 선수들도 적극 출연했습니다.
그러면 뭐하나요.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누리꾼들의 혹평 세례를 받았습니다. “중고딩들 학교 숙제로 만든 UCC급”,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어줍잖은 개그코드가 전혀 웃기지 않다”, “부끄럽다” 등의 반응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냐고요? 미국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으로 분장한 정성호는 스포츠카를 타고 강원도 평창요금소를 지나는 효린을 향해 “어서 와 평창은 처음이지?”라고 묻습니다. 효린과 그 일행은 갑자기 아리랑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고요. 마을 주민 역할을 맡은 김준현도 국수를 먹으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춤을 춥니다. 평창에 오면 흥에 겨워 ‘댄스 바이러스’에 걸릴 수밖에 없다나요. 이런 설정 뒤로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수퍼마켓이나 초록색 고무코팅이 된 옥탑방, 흰 한복을 입고 소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 등이 스쳐 지나갑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류 ‘B급 코드’를 어설프게 따라하다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공개 20여일만에 이 동영상을 올린 문화체육관광부 유튜브 계정에는 비추천이 1만2000건을 넘겼습니다. 추천수는 226건이었죠. “올림픽 공식 홍보영상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버티던 문체부는 결국 페이스북·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도 정부의 정책브리핑 누리집(클릭)과 산업통상자원부 경제다반사 유튜브 계정에 이 동영상이 남아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때문에 산업부 유튜브 계정에 최근까지도 “영상 내려라. 국제망신”, “볼수록 최악”, “대한민국 흑역사”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올림픽 붐’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유물’ 같은 이 영상, 계속 둬도 괜찮은 걸까요?
이 기사가 나간 뒤 3시간 정도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과 산업통산자원부 경제다반사 유튜브에서 이 동영상이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