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의 보수복원공사를 마치고 10일 개방되는 창덕궁 대온실. 1909년 국내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으로 지어진 시설이다.
1909년 지은 국내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인 서울 ‘창경궁 대온실’(등록문화재)이 1년여 동안의 보수공사를 끝내고 개방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던 창경궁 대온실을 108년전 처음 지어질 때의 원형을 살려 복원하고, 10일부터 입장객을 받는다고 7일 밝혔다.
창경궁 대온실은 1907년 일본 제국 황실의 식물원 책임자인 후쿠바 하야토가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해 만들어졌다. 일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을 창덕궁에 가두어놓고 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창경궁 영역에 동물원과 함께 당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온실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제국 말기 유입된 서양 건축 양상을 볼 수 있는 희귀 유산으로 인정받아 2004년 2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대온실 내부 모습. 창덕궁 향나무 등을 비롯한 천연기념물 수종과 식충식물, 고사리류 등이 자라고 있다.
1909년 대온실 준공 당시 내부에 붙였던 영국제 타일들의 이미지. 타일 제조사였던 ‘밍톤 홀린스’가 1905년 펴낸 제품 책자에 실려있다. 문화재청은 이 책자에 실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온실 내부의 타일을 복원해 붙였다.
복원된 온실에는 첫 준공 당시 실내에 부착했던 영국제 타일을 다시 붙여 원형을 살렸다. 문화재청은 “내부 타일을 뜯는 공사 도중 원래 쓰였던 영국제 타일이 확인됐으며, 그뒤 이 타일의 제조회사(민톤 홀린스)가 1905년 펴낸 제품 책자를 바탕으로 옛 타일이 부착된 얼개를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석조 기단 사이에 있던 통풍구도 원형대로 복원하고, 온실과 붙은 관리동은 나중에 설치된 단열재를 걷어내고 건물 원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온실 안에는 창덕궁 향나무, 경남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 전북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 등의 천연기념물 수종과 식충식물, 고사리류 등 식물 70여 종이 심어져 관객을 맞는다. 문화재청 쪽은 “온실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프로그램과 체험 행사를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