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확 달라진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대중문화계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브라운관과 스크린, 공연장을 누비며 평범한 갑남을녀들의 희로애락을 책임진 스타들이 있었다. ‘새로 뜬 별’도 있고 ‘재발견한 별’도 있다. <한겨레>가 올해 대중문화계에서 활약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스타 10인’을 뽑아 조촐한 상을 마련했다. 이른바 ‘한겨레 마음대로 이름 붙인 상’. 상에 따른 특전으로 ‘내년도 <한겨레> 문화면 1회 등장권과 함께 담당기자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약속한다.
(뱀발: 까방권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취소됨을 유의)
“20년이나 걸렸다”며 김생민은 지난 11월 <연예가 중계>(한국방송2)에 출연해 펑펑 울었다. 리포터로 활약하며 늘 남의 영광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인터뷰 자리에 앉은 것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던 그는 올해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니 감사하죠. 감사할 뿐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2017년 방송연예계는 김생민의 해였다. 연예계 생활 25년간 유지해온 근검절약의 삶이 팍팍한 2017년을 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아껴 잘사는 ‘생민라이프’ 열풍을 일으켰다. “나는 늘 이렇게 살아왔는데 사람들이 더 많이 웃어준다”는 그조차도 “25년간 가만있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의아해할 정도다. 8월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한국방송2)이 기폭제였다. 시청자가 보낸 한 달간 영수증을 분석해 재무상담을 해주는데, 서민들이나 챙길 줄 알았던 작은 절약의 가치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의 소비패턴을 존중해주며 조언하는 태도 등이 호감을 샀다. ‘그뤠잇’(훌륭하다), ‘스튜핏’(어리석다)까지 요즘 개그맨들도 내놓지 못하는 유행어까지 양산했다.
무엇보다 김생민의 인기는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결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찬가였다. 데뷔 이후 두각을 나타내는 프로그램 없이 <연예가 중계> <출발! 비디오여행>(문화방송) <동물농장>(에스비에스) 등을 각각 20년 안팎으로 해왔다. 말로 할 수 없는 상처도 있었지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며 튀려고 애쓰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꾸준히 성실한 자세로 임해왔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짙어져 꼼수가 늘고 내 것을 챙기려는 이기심이 팽배한 시대에, 감사할 줄 알고, 노력할 줄 아는 김생민의 모습은 일종의 ‘참고 대상’이 됐다.
그는 인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면 늘 “곧 끝난다”고 말해왔다. 처음 “두 달”이라던 예상 기한이 훌쩍 넘었다. 이젠 “6개월”이라며 자꾸 유통기한을 정하는 ‘스튜핏’ 한 그에게 시청자들은 말한다. 올해 당신은 ‘그뤠잇’ 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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