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PD고발’ 글에 ‘미투’ 호응 이어져
″24시간 일하는 심부름꾼″ “밖에서는 정의로운 척”
미술업계 구인·구직 공간에도 고발글 올라와
“월급 제대로 표기해달라” 근무조건 개선 요구
″24시간 일하는 심부름꾼″ “밖에서는 정의로운 척”
미술업계 구인·구직 공간에도 고발글 올라와
“월급 제대로 표기해달라” 근무조건 개선 요구
KBS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에 처음 올라온 고발글. KBS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 갈무리
“그곳에선 24시간 일을 한다. 6주 중 기획주인 첫 주만 10시쯤 출근해 7시쯤 퇴근하고, 2~5주엔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을 한다. 당연히 수당이고 뭐고 없다. 밥 심부름에 커피 심부름이 주 업무고, 기껏 커피를 사왔더니 이거 말고 다른 메뉴 먹고 싶다는 선배의 말에 도로 내려가 다른 것을 사오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알량한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하는 곳이다. 나는 심부름꾼이었다.”
“밖에서는 정의로운 척, 적폐를 고발하겠다는 피디들이 내부의 문제엔 입을 조개처럼 꾹 닫았다.”
“그 피디가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데야. 그렇게 똑똑하게 굴 거면 여기서 일 못 해. 다들 그렇게 일해왔고, 그게 여기의 규정이야.’ <그것이 알고싶다>가 적폐 청산을 부르짖을 때마다 나는 웃긴다.”
“‘사회 정의를 지키는 일인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이 넉넉지 않아서’, 그 제작진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나는 물어보고 싶다. 그럼 당신들도 나만큼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하나? 그건 분명 아니었다. 갑질을 고발하는 그들이 막내작가들에게 갑질을 하는 형국이 아닌가.”
“아직도 기억이 남는 건 EBS에 있을 때다. 나의 담당 피디는 아니었지만,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어떤 피디의 컴퓨터 배경화면은 백남기 농민의 사진이었다. 그는 배경화면에 'Pray for Korea'라고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시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모든 막내 스태프들은 그 피디의 조연출과 막내작가를 위해 먼저 기도했다. ‘야, 너는 그래서 정규직이 안 되는 거야’, ‘야,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겠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그 피디의 폭언에 매일 눈물짓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라면 그에 걸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해줘야지, 대체 상근은 왜 시킨단 말인가?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외 일한만큼 정당한 임금을 지불해야 당신들이 말하는 사회 정의에 맞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파업이니 뭐니, 권력에 희생 당한 약자인 척 하는 당신들이 웃긴다. 당신들은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으니 그런 것도 하겠지. 나는 당신들의 착취로 당장 먹고 살 일이 아쉬워 사회에 관심조차 주기가 어렵다.”
“노동자의 비참한 선택을 조명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치부가 두려워 눈을 감았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전태일 열사처럼 내 몸에 불이라도 지르고 방송국 앞을 뛰어다녀야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까, 방송 노동자의 처지가 개선될까, 하고. 아직 용기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외면한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인니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피디가 회식할 때마다 불러내고 밥 값 계산을 안한다”
“피디가 막내 작가를 뽑는데 제 앞에서 이력서를 보면서 작가들 사진을 보고 외모를 비하한다”
“섭외한 출연자가 조금 늦게 오는 상황이었는데 메인 피디가 메인 작가님을 벽쪽으로 몰아세우고 “확 그냥”이라며 때리려는 리액션을 취했다”
“개편으로 프로그램이 끝났는데도 피디가 자꾸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
-김작
MBC피디들의 갑질에 혀를 내두르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아서 밤새워 이야기 해도 모자를 판입니다.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예능 상황 위주로 서술합니다. )
1. 회식 때 연예인 불러서 회식비 내게 하고
2. 회식 때 신인가수 불러서 노래 부르게 하고
3. 회식 때 작가 무릎 위에 피디가 앉고
4. 새벽 촬영이 있는 날이면 작가보고 전화해서 깨우라고 하고
5. 새벽에 술마시고 막내작가 집에 찾아와서 나오라고 전화하고 추태부리고(유부남 피디입니다.)
6. 작가를 능력으로 채용하거나 부당한 일로 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를 보고 뽑고, 해고할 때는 이유도 없이 그냥 나가라고 하고.
7. 외주제작사 시사 때의 욕설과 폭언
8. 더러운 뒷거래
너무 많아서 나열하다가 지치겠지만 썩을대로 썩었습니다.
-투영스
저는 MBC 파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으로 많이 비웃었습니다. 어찌 감히 니들 입에서 정의란 단어가 튀어나오느냐라고요. 평소 갑질이며 인격 모독은 다 하던 적폐들이 바로 그 자신 아닌가요? 파업이 끝나자마자 돌아와서는 자기 자식 학자금부터 신청하고 있는 태평한 양반들. 그들이 각성하길 기대하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이 갑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국가로부터 ‘노동자’로 인정을 받기만 해도 상당 부분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도 노동자다’
미술업계 한 구직자가 올린 ‘강사구인글 해석본’. ‘네오룩’ 갈무리
‘네오룩’이용자들은 급여 등이 기재돼 있지 않은 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며 정확한 근로계약사항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네오룩 갈무리
“급여를 물어봤더니 일도 못하는데 그런 것을 물어볼 군번이냐, 너는 돈받고 배우고 있는 입장이다, 급여 얘기하니 정이 떨어진다 등등 온갖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일할 때 근무조건을 아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데 급여, 인턴기간 물어봤다가 욕 한바가지 먹었습니다.
다섯 번 넘게 물어봤지만 끝내 정확한 급여와 인턴기간은 알려주시지 않았구요. 집요하게 물어본 끝에 80만에서 120만원 생각하고 있고 너가 하는 것 봐서 알아서 하겠다. 이런 말들만 하셨구요.
이 외에도 업무할때 미술하는 여자애들이 머리가 맹해서 시집을 잘간다더라, 미대나온 여자애들 머리나빠서 고용하지않으려했다 등등 온갖 성차별적 발언과 편견 섞인 불쾌한 발언들 서슴지 않았구요.”
-알렉스 ‘갤러리 인턴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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