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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언론사들은 어떻게 네이버의 하청업체가 되었나

등록 2018-05-09 05:01

네이버의 여론 독점이 심화한 데는 기존 언론사들의 자중지란이 큰 몫을 했다. 푼돈에 눈이 멀어 헐값에 콘텐츠를 넘기기 시작한 것이 오늘의 저널리즘 위기를 자초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베일에 싸인 뉴스 전재료는 언론사를 분리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네이버는 언론사 124곳과 뉴스 콘텐츠 계약을 맺고 전재료를 지급하고 있다. 연간 7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 얼마를 지급하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출고량 등 언론사별 기여도에 따라 몇백만원부터 수십억원까지 차등 지급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전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 외에도 각 언론사와 손잡고 맞춤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며 ‘따로 또 같이’ 관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주제판’(네이버판)이다. 현재 네이버는 언론사 11곳과 합작법인 등을 설립하고 모바일 상단에 카테고리별로 콘텐츠를 엮은 주제판을 서비스하고 있다. 2016년 2월 <조선일보>와 일자리 관련 ‘잡앤’을 시작으로, <경향신문>과 공연전시, <동아일보>와 비즈니스, <중앙일보>와 중국, <문화일보>와 연애결혼, <매일경제>와 여행+, <한국일보>와 동물공감 분야를 합작했다. <한겨레>와도 2016년 7월부터 영화 주제판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7월 이용자가 구독하고 언론사가 편집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사 본문 내 광고수익의 상당수를 언론사에 제공하는 ‘플러스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주제판 이전 네이버는 특정 언론사의 특정 콘텐츠를 메인 화면에 정기적으로 노출해주는 것으로 개별적인 관계를 시작했다. 2009년에는 일부 언론사와 공동으로 과거 신문기사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 서비스를 진행했다. 아카이브 수익은 언론사들에 큰돈이 됐다.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관리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알면서도 종속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포털로 뉴스를 보는 86%가 네이버를 이용하는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초기 포털의 성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뉴스를 헐값에 넘겼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트래픽도 포털에 넘겨줬다. 온라인 동영상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온라인 유통에 취약했기에 네이버에 종속됐다. 결국, 굴지의 언론사마저 겉으로는 “네이버와의 독립”을 외치면서도 네이버 메인 화면에 기사를 내보내려고 표절과 어뷰징을 남발하는 신세가 됐다. 취재기자를 통한 기사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인데 콘텐츠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언론사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저널리즘의 질도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언론사들은 온라인상에서의 공정성, 유통, 전재료 적합성 등 모든 문제를 네이버에 의존해왔다. 온라인상에서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하고 뉴스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며 “스스로 네이버 하청업자가 되어버린 언론사들이 반성해야 하며 저널리즘의 안정적 재생산을 위해서 이제라도 언론사 스스로 어떤 부분을 게을리해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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