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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애호박 게이트’에 대해 “사과 않겠다”고 밝혔다

등록 2018-05-21 14:25수정 2018-05-22 12:02

20일 공개된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
“일방적인 억측과 오해로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어떤 진영의 사람들에게
굳이 굴복·사과하고 싶지 않다”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 영상 갈무리.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 영상 갈무리.
최근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으로 칸 영화제에 입성한 배우 유아인이 지난해 에스앤에스(SNS) 상에서 큰 논란을 불렀던 이른바 ‘애호박 게이트’에 대해 처음으로 언론에서 심경을 밝혔다.

<비비시 코리아>(BBC KOREA)는 20일 페이스북에 유아인과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5분 41초짜리 영상에서 유아인은 대중과의 관계,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지난해 누리꾼들과의 설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유아인은 “일방적인 억측과 오해를 무기로 사용하는 어떤 진영의 사람들에게 (그때나 지금이나) 굳이 굴복하거나 사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애호박 게이트’는 지난해 11월 18일 한 트위터 사용자의 글에서 시작됐다.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친구로 지내려면 조금 힘들 것 같음.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찡끗할 것 같음”이라는 글에 유아인이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라고 직접 답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발언의 폭력성과 여성 혐오적 맥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애호박으로 맞아봤냐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폭력이다. 코찡끗, 드립 같은 소리로 문장 속에 담긴 폭력을 가리려 하지 마라”, “유아인이 남자이고 권력 위치상 위협적으로 느껴지니 조심했어야 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2009~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 한 여성’이 1400명(한국여성의전화 분석)에 이르는 현실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뒷받침했다.

설전은 약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유아인은 “성별 모를 영어 아이디님께 농담 한마디 건넸다가 마이너리티 리포터에게 걸려 여혐한남-잠재적 범죄자가 됐다”(11월 18일)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자칭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폭력배”, “가짜 페미니즘”, “온라인 테러리스트 집단”, “온라인 생태계와 인권 운동의 정신을 교란하는 폭도”(11월 27일)라고 규정했다.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척 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11월 24일)하라던 유아인은 곧이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다. 그는 11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자궁에 잉태되어 그녀의 고통으로 세상의 빛을 본 인간이다. 그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서 뻔뻔하게 살아간 재간이 없다”고 썼다. “보수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누나 둘을 가진 막내 아들이자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야 할 장남으로 한 집안에 태어나 ‘차별적 사랑’을 감당하며 살았다”는 개인적인 고백도 있었다.

유아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즉 지나친 조리돌림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을 나누고 ‘페미니스트 감별사’를 자청한 부분에 대해선 비판이 이어졌다. 예술가 홍성희 씨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아인의 말은 새롭지 않다. (중략) 페미니즘을 한 줄도 공부한 적 없으면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당당함.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자신이 거를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 페미니즘의 의미마저 자신의 의미로 먹어치운다”고 비판했다.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 영상 갈무리.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 영상 갈무리.
유아인의 비비시 코리아 인터뷰는 이러한 비판들에 대한 대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아인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처음으로 인터뷰를 통해 말하는 것이다 보니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들은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나는 대중을 내 소비자로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아주 의미 있는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사회의 어떤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제의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상이 남자, 여자인지 몰랐다. 재밌는 농담을 걸었던 건데 그게 ‘때려볼래? 여자를? 애호박으로 때린다고? 유아인 이 폭력적인 인간, 여성비하’ 이런 식으로까지 일이 번져나가는 걸 보면서 일방적으로 어떤 사건을 억측으로 오해로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어떤 진영의 사람들에게 저는 굳이 굴복하거나 사과하고 싶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에 대한 자기 생각도 다시 한 번 밝혔다.

“페미니즘은 매우 중요한 인권운동이고, 인권이야말로 이 시대에 우리가 환기해야 할 중요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대가 그런 부분들에 열광하고 과열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권에 대해서는 과열이라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진영논리로 빠지고 폭력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사실 그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인터뷰 통해 처음 말하는 것이라서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들은 있지만, 저 역시도 엄마가 있는 사람이고 엄마가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지고 차별적 상황에서 살아가시는 모습을 바라봤었고 저는 막내아들로서, 장남으로서 저 역시도 부당한, 당연하지 않은 차별적인 사랑을 감당하면서 살았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있겠어요?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해당 인터뷰 영상 조회 수는 21일 오후 1시 30분 기준 5만회를 기록했다. 댓글도 400개 이상, 댓글에 대한 답글 역시 수백개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사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고 그들의 태도에 잘못된 점도 많고 그들의 주장에 과격한 점이 많다 한들 오늘도 구글에 ‘야동몰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600,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되는 세상에서 뭐가 더 중요하고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며 유아인의 주장이 여성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재차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난 억울하다. 농담하다가 과격한 반응에 당했다. 이건 개인적 입장이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차별적 사랑을 감내하느라 당연히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도저히 못 참겠다. 그렇다면 한국이 진작에 페미니즘 국가가 되었겠지. ‘나는 백인으로서 온갖 특혜를 누리느라 자연스레 흑인 인권 운동가가 되었다’랑 뭐가 틀린가”라고 비판했다. “시혜적 입장에서 불쌍하게 생각하고 잘 해주려고 하는 거 아냐? 자기가 누리고 있는 건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그건 페미니즘이 아녜요”라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유아인 말대로 페미니즘은 정말 꼭 필요한, 해야 하는 운동이지만 메갈, 워마드 같은 곳을 보면 상식 밖의 하면 안 되는 행동이나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유아인에 동조하는 댓글도 있다. 또 “자신과 다른 논리를 가진 사람을 피해망상 걸린 마녀마냥 배척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며 유아인에 대한 지나친 비판을 자제하라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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