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스크린 속 주드 로, 연극 관객 홀리다

등록 2018-05-25 05:00

연극계 ‘미래 생존전략 찾자’
화제작 ‘촬영’해 전세계 ‘상영’
NT라이브 프로젝트에 관심

“외국 안가도 원작 감상” 매력
영국 국립극장 연평균 20편 제작
국내서도 생중계 등 시동

배우 동선·관객 배치 철저 계산
현장 생생함 담을 촬영기술 관건

주드로 무대작 ‘강박관념’ 이어
‘헤다 가블러’ 26·27일 서울 상영
‘엔티 라이브’는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지만 생생함을 그대로 담아 연극팬들에게 사랑받는다. 사진은 2014년 상영한 연극 <워 호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엔티 라이브’는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지만 생생함을 그대로 담아 연극팬들에게 사랑받는다. 사진은 2014년 상영한 연극 <워 호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할리우드 배우 주드 로가 남산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그가 출연하는 연극 <강박관념>이 25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공연중이다. <강박관념>은 1943년 개봉한 동명 영화가 원작으로, 떠돌이 여행자와 유부녀의 사랑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머리도 옷도 풀어헤친 주드 로의 연기력은 연극에서도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멋진 연기를 끝내고 나오는 주드 로와 ‘퇴근길’(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배우와 팬이 짧은 인사를 나누는 일종의 공연계 팬서비스 행위)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강박관념>은 연극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여주는 ‘엔티 라이브’(NT: National Theatre Live)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주드 로’는 영상 속에 있다는 말이다.

남산 국립극장이 2014년부터 선보인 엔티 라이브가 국내에서도 연극을 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엔티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이 영미권 연극계의 화제작을 촬영해 전세계 공연장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로, 2009년 시작해 세계 2000여개 극장에서 관객 550만명과 만나며 새로운 연극 관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남산 국립극장이 <워 호스>를 시작으로 지금껏 연극 총 13편을 수입해 선보였다. 남산 국립극장은 <강박관념>과 함께 유명 연출자 이보 판호버의 연극 <헤다 가블러>도 26·27일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주드 로가 나온 <강박관념>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주드 로가 나온 <강박관념>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미국 오페라하우스의 공연 실황을 제작해 상영하는 <더 메트: 라이브 인 에이치디(HD)> 등이 있지만, 연극 영상을 하나의 콘텐츠 사업으로 만든 것은 영국 국립극장이 처음이다. 입체적인 연극 무대를 평면적인 화면으로 보는 것이라 영상 감상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좌석의 90%가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다. 18일 <강박관념>을 보러 온 관객 김소연씨는 “영국에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든 오리지널 공연을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박관념>은 지난해 4월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했다. 지금껏 상영한 작품 대다수가 영국의 따끈한 신작들을 가져왔다. 엄선한다는 점에서 작품 신뢰도도 높다. 영국 국립극장의 연평균 제작 작품 수는 약 20편인데, 작품성·대중성 등을 갖춘 작품을 엔티 라이브로 촬영한다.

영상이 현장의 생생함까지 담을 수 있을까? 엔티 라이브는 철저한 계산 아래 촬영해 무대 위 생생함을 그대로 살린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엔티 라이브는 영화처럼 배우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를 담는다. 엔티 라이브 촬영을 위한 공연을 따로 하지 않고 특정 회차를 고스란히 옮겨오는데 공연 전에 동선과 클로즈업 등 각도를 철저하게 계산한다. <예르마>의 경우 유리로 둘러싸인 무대에 양쪽으로 관객이 앉아 있는데, 그 느낌을 영상에 그대로 담아냈다. 남산 국립극장 쪽은 “촬영기법은 그들만의 노하우라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남산 국립극장을 찾은 연극팬 나영선씨는 “엔티 라이브를 보다 보면 현지 관객의 반응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현지에서 그들과 함께 공연을 보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엔티 라이브는 연극과 디지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공연계의 미래 생존 전략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공연계는 생중계가 화두다. 한국에서도 각종 공연의 프레스콜(기자 등을 위해 시범공연을 선보이는 것)을 포털에서 생중계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올해 초 연극 <미저리> 등 화제작들도 전막을 생중계했다. 영상 콘텐츠 사업은 생중계를 넘어선 한발 나아간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촬영 노하우와 작품의 수준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단발성 시도는 있었지만, 국내에서도 공연을 꾸준히 영상 콘텐츠 사업으로 시도해온 곳은 예술의전당이 유일하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부터 지금껏 뮤지컬 <명성황후>, 발레 <지젤>, 오페라 <심청> 등 29개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어 배급했다. 예술의전당 쪽은 “저작권은 물론 촬영과 후편집 등 여러가지로 제작비도 많이 들고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라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현재 대중성을 위해 공익적 측면에서 국내외 무료 배급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쪽은 “세계에서 이 작품을 보고 싶어 할 정도로 작품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영상 기술력이 쌓이면 더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영상과 무대를 잘 접목하면 관객 저변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