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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정해인, 밥 사주고 싶게 만든 ‘슬기로운 배우생활’

등록 2018-05-28 00:00수정 2018-06-04 16:37

[인터뷰] ‘국민 연하남’ 정해인 열풍

다양한 단역 조연으로 연기력 다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대세

“인기 얻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연기 배울 수 있는 작품들 선택
진지하고 솔직한 준희, 나와 닮아”

‘개저씨’에 지친 여성들 다독거려
“드라마 찍으며 놀라고 배웠다”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동네 주민들도 인사해주시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준희 간다’ 그래요.” 말을 할 땐 눈을 맞추고, 답변이 끝나면 어김없이 웃는다. 입꼬리가 볼까지 치솟는 저 환한 미소는 전국에 수많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들을 양산했다. 요즘 ‘대세’ 정해인(30)을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정해인 때문에 모처럼 방송계가 들썩인다. 박보검 이후 ‘난리 날’ 정도의 배우 탄생은 오랜만이다. 밥 사주고 싶게 만드는 미소 외에도 그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더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그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캐스팅한 안판석 피디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출연한 짧은 영상 세개를 보자마자 바로 결정했을 정도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말했다. 정해인은 이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들의 인기 발판이라는 ‘연하남’ 서준희로 나왔다. 단순한 귀여움이 아닌 친구 같고 때론 오빠 같은 묵직함을 ‘연하남’에 담아냈다. 데뷔 이후 5년간 두달을 쉬어본 적이 없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온 결과물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서는 살인죄를 뒤집어쓴 아픔을 지닌 군인이었고, <불야성>(2016)에서는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보디가드였다. 떠들썩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지금의 자신을 다졌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보다 도전하고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왔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해맑은 미소가 부각된 것이 변신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도 그는 “연기로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본 정해인은 웃으면 준희가 됐지만, 웃지 않으니 날카로움 등 다양한 얼굴이 보였다. 안판석 감독은 “정해인은 예쁘장한 남자로 소모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며 “그의 연기를 믿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함께 했던 신원호 피디는 “준비를 철저히 해 캐릭터에 파고드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면서는 군 관련 사건사고를 찾아보며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도 감독 옆에 붙어 앉아 모니터를 보면서 공부했다. 그런 노력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던 매 순간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냈다. 극중 결혼식장에서 윤진아(손예진)가 남자친구와 있는 모습을 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실제로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났고 체할 뻔했을 정도”로 역할에 빠져들었다. “이번 드라마는 특히 헤어나오기 힘들어 아직도 집에서 혼자 울컥해요.”

그가 오롯이 서준희가 되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안판석 피디의 공도 크다. 여느 드라마 현장과 달리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하루 평균 9~12시간 촬영했다. 정해인은 “하루 12시간 넘게 촬영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밤샘 촬영도 없었다”고 했다. “미니시리즈를 7~8시간 푹 자면서 촬영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안판석 피디는 촬영 전에 모든 그림을 그려와 필요한 컷만 찍었다. 혹시나 싶어 같은 장면을 얼굴, 전신 등 다각도로 촬영해두는 관행을 깼다. 정해인은 “심지어 현장에서 2, 3분 촬영했던 장면이 방송에 그대도 2,3분 나간 적도 있었다”며 “효율적인 현장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해인 열풍을 우리 사회의 모순에 연결짓는 시선도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윤진아의 회사 남자 상사들이 여직원을 희롱하고 차별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이른바 ‘개저씨’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나를 위해주는 서준희가 부각됐다는 얘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저씨’에 지친 이들이 서준희를 보며 힐링하고 마음을 보듬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를 다녀본 적 없는 정해인도 드라마를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어요?라고 감독님에게 물어봤을 정도예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는 “연인 사이에도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눈빛만으로는 알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아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도 배웠다”며 웃었다.

정해인은 실제 성격이 서준희와 닮았다고 했다. “진지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점이 비슷해요.” 신원호 피디가 “정해인을 보면서 해사하다는 말을 처음 써봤을 정도”로 맑고 건강한 느낌도 그렇다. 정해인은 “매일 행복하자는 생각이 즐겁게 살게 한다. 시야를 낮추면 엄청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행복하지 않았던 때를 물으니 “잠깐 생각 좀 해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했다. 군대까지 다녀온 뒤인 2013년 20대 중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지금껏 불안하지 않았던 것도 행복하자는 주문 덕분이다.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덕선의 첫사랑이었고, <도깨비>(2016)에서도 은탁의 첫사랑으로 잠시 등장했다. 드라마 한편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단역과 조역을 마다하지 않으며 달려온 게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군대도 다녀왔기에 소처럼 일만 하면 된다”던 정해인은 벌써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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