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허준호, 최민수, 유오성…드라마 빛내는 악역 연기

등록 2018-06-18 05:00수정 2018-06-18 09:59

딸 약혼남까지 죽이려는 서종길
12명 살해한 사이코패스 윤희재
어시장 깡패서 시장 변신 안오주
소름돋는 악역 연기로 매일이 ‘공포’

드라마·영화 연극 누빈 내공 바탕
오롯이 표정만으로 공포감 자아내
시청자들 “소름 돋아 몰입도 최고”
‘너도 인간이니’의 유오성. 한국방송 제공
‘너도 인간이니’의 유오성. 한국방송 제공
요즘 이 ‘아저씨’들 때문에 매일이 ‘공포’다. 월화 유오성, 수목 허준호, 토일 최민수. 드라마에서 악역을 멋지게 연기하며 누리꾼들한테 ‘나를 무섭게 만드는 아저씨들’로 불린다.

일주일의 시작과 함께 유오성이 매섭게 노려본다.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한국방송2)에서 대기업 피케이(PK)그룹 이사 서종길로 나온다. 그룹 회장이 되려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야심남인데, 세상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의 약혼남까지 살해하려고 든다. 지금껏 브라운관을 수놓은 악역들은 그래도 피붙이는 보호했다. 시청자들은 딸바보인 척하면서 딸 약혼남까지 죽이려 드는 그를 ‘레알 악인’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이리와 안아줘’의 허준호. 문화방송 제공
‘이리와 안아줘’의 허준호. 문화방송 제공
서종길의 악행에는 권력욕이라는 이유라도 있지 수목요일 찾아오는 <이리와 안아줘>(문화방송) 윤희재(허준호)의 살인에는 이유도 없다. 그냥 사이코패스다. 극 중 대사로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내 등 뒤에 칼 꽂지 않을 인간은 오직 내 새끼 뿐”이고 “널(아들) 나약하고 구차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정도랄까. 윤희재는 2년간 12명을 살해했다. 교도소에 가서는 “나도 같은 사람이다”며 자서전을 내고 사연팔이 할 정도로 후안무치다.

유오성과 허준호가 달궈놓은 서늘함은 최민수에서 정점을 찍는다.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티브이엔)에서 어시장 깡패 출신으로 오주그룹 회장에서 시장까지 된 안오주를 연기한다. 권력을 쥐려고 기어야 할 곳에는 기고, 죽여야 할 이들은 죽이는 등 서종길과 윤희재를 섞어 놓은 모양새다.

이 세 명은 무자비한 악인들이지만, 속내를 모르고 보면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다. 서종길은 딸바보에 똑똑한 기업가이고, 안오주는 밑바닥에서부터 노력해 올라온 성공신화다. 그래서 이들의 악행이 더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윤희재는 너털웃음 짓는 수리기사로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사람처럼 그려진다. 1회에서 그가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싱크대 수리를 한 뒤 노부부 둘만 사는 것을 알고는 살인 욕구에 사로잡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강호순 등 연쇄살인마들이 알고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웃이었다는 냉혹한 현실의 반영이다.

‘무법변호사’의 최민수. 프로그램 갈무리
‘무법변호사’의 최민수. 프로그램 갈무리
세 배우 모두 악역을 표현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이들은 모두 표정만으로 악역을 연기하는데 눈썹을 들썩이거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식의 작은 변화로 섬뜩함을 드러낸다. <이리와 안아줘> 14회에서 윤희재는 자신을 찾아온 기자와 얘기를 하던 중 평온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광기로 변한다. 허준호는 눈망울조차 흔들리지 않고 한 순간 돌변하는 느낌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드라마 속 악역 연기는 영화보다 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영화처럼 노골적으로 잔인한 장면을 연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음향효과나 시각적 과장 등을 덧입히기 힘든 탓이다. 고난이도의 악역을 인기 캐릭터로 만든 건 베테랑 배우들의 내공이다. 최민수는 1985년, 유오성은 1992년, 허준호는 1986년 데뷔해 30년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누비며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다. 모두 손짓 하나까지 고민할 정도로 빠져드는 걸로 유명하다. 최민수는 “악역인데 담배도 못 피고 흉기도 못 쓰고 욕도 못한다. 연기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지만 과한 행동을 줄이고 ‘’하는 입 모양이나, 혀를 입안에서 굴리는 섬세한 동작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허준호는 촬영을 앞두고 잠을 못 잤을 정도란다.

연기 내공 100단 ‘선수’들의 활약에 악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세 드라마에서는 악당과 남자 주인공이 맞붙는 장면이 마치 ‘브로맨스’처럼 관전 포인트가 됐다. 시청자들은 “이준기와 최민수가 나오는 장면에서 몰입도 최고”라거나 “허준호와 (아들인) 장기용은 언제 맞붙나”를 기다리며 남녀 주인공만큼 이들의 등장에 환호한다. <이리와 안아줘> 제작진은 “허준호가 아닌 희재를 상상할 수 없다”며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 캐릭터를 빛냈다고 추어올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