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전시를 표방한 ‘그가 달려왔다’전의 계단공연 장면.
전시 같은 공연인가. 공연 같은 전시인가.
그림이나 조각 같은 작품 실물은 없다. 대신 삶의 이야기, 인간의 감정을 담은 소리와 몸짓이 영상과 함께 실시간 출품작이 되어 눈과 귀를 자극하는 ‘라이브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서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지(G)4 갤러리와 야외광장에서 독립기획자 전민경씨가 여러 공연 장르 작가들과 함께 꾸려 내놓은 ‘그가 달려왔다’(he ran to)전이다. 탕자가 방탕하게 살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다는 성경의 이야기 모티브를 중심으로 인간의 희로애락과 기다림, 회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음악, 퍼포먼스 극이 전시의 주된 뼈대가 된다. 공연이 핵심이어서 시간대별로 전시의 콘텐츠가 조금씩 다르다. 전시의 전모를 볼 수 있는 시간대는 토요일 오후 3~4시와 오후 6~7시. 참여작가 전원이 1~3층 전시장의 각 층 공간과 계단에서 인간의 고통과 사랑, 위로 등에 대한 4개의 몸짓 극을 음악, 영상과 함께 펼치며 삶에 대한 각자의 시선들을 드러낸다. 화~금 오후 4~5시에는 개별 작가들이 참여하는 솔로 공연이 열리며 공연이 없을 때는 시나리오에 따라 배치된 소리, 영상, 설치 작품들이 전시된다.
관객들은 층별로 다르게 펼쳐지는 배우, 춤꾼, 음악가들의 다양한 행동과 소리들을 미디어아트 영상과 더불어 생방송 보듯 포착하게 된다. 미술 전시라면 조용한 백색 공간부터 떠올리게 되는 상식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는 점이 새롭다. 제한된 시간에 무대에 올렸다가 기억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공연 장르의 속성을 전시 작품의 의미로 새롭게 재해석한 셈이다. 전민경 기획자는 “실체가 있는 작품들이 없어도, 전시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며 “빈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고 금방 사라져버리는 라이브 전시는 우리 기억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남겨주는 일시적 미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까지. 02)739-2981.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전민경 기획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