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등이 진행하는 <라디오 스타>와 강호동-이경규 <한끼줍쇼> 2파전이던 수요일 밤 11시대에 유재석(<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백종원(<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가세하면서 이 시간대 예능 경쟁이 치열해졌다.
29일 시작한 <유 퀴즈 온 더 블럭>(수 밤 11시)은 유재석의 <티브이엔> 첫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끈다. 그는 2015년부터 <슈가맨>(제이티비시)으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했지만, 주로 지상파에서 활동했다. 지난 5월 넷플릭스(<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티브이엔>까지 발을 디디며 최근 채널과 플랫폼을 넓히는 행보가 주목받는다.
유재석의 <티브이엔> 출연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2015년을 기점으로 스타 진행자들이 종합편성채널에 대거 출연하며 지상파 중심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관찰과 가족 예능이 주를 이루는 지상파에서 유재석 또한 새로운 시도에 목말랐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때 남자들의 토크쇼 <나는 남자다>를 <한국방송2>에서 시도했지만, 지상파 주요 시청층과 맞지 않아 실패했다. “그래서 젊은 시청자가 많은 넷플릭스, <티브이엔>으로 발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들이 채널을 넓힐수록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유재석이 <티브이엔>에 등장하면서 수요일 밤 11시대가 ‘예능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동안 이 시간대는 2011년 자리한 <라디오 스타>(문화방송) 독주 체제에 2016년 <한끼줍쇼>(제이티비시)가 등장하면서 김구라와 강호동-이경규가 경쟁해왔다. 유재석과 함께 29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도 수요일 밤 11시10분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예능 프로그램들이 수요일에 대거 모인 데는, 이 시간대가 다른 요일에 견줘 상대적으로 예능 경쟁률이 약했기 때문이다. <에스비에스>는 이전에 관찰 예능 <싱글와이프> <로맨스 패키지> 등을 내보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티브이엔>도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전 프로그램인 <식량일기>는 시청률이 1%대였다. <한국방송2>는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을 방영 중이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도 “다른 요일에 견줘 수요일이 변수가 많았다”며 “<라디오 스타> <한끼줍쇼> 고정 시청자를 뺀 유동층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수요일 예능 경쟁이 약해서 틈새를 노린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디오 스타>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그램이 공교롭게도 거리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콘셉트도 비슷하다. 첫선을 보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학생, 30년간 한자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해온 주인 등 평범한 소시민들을 만나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 그들의 사연과 유재석의 입담을 내세웠다. 문제도 상식 등을 담아 마냥 가볍지 않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일단 첫 대결은 절대적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이다. <라디오 스타> 6.2%(직전 회차 5.9%), <백종원의 골목식당> 5.5%(직전 회차 5.3%), <한끼줍쇼> 3.6%(직전 회차 4.8%), <유 퀴즈 온 더 블럭> 2.3%(직전 프로그램 <식량일기> 마지막회 1.6%, 이상 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특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경우 시간대 변동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이전 수요일 밤 11시대 프로그램인 <로맨틱 패키지>의 마지막회(2.4%) 보다 무려 3.1% 포인트가 뛰면서, 이 시간대 시청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진행자들의 수요일 밤 맞불작전에 제작진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시간대를 옮기기로 결정한 뒤 유재석씨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펀성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진땀 나겠지만, 시청자들로서는 확 늘어난 메뉴에서 골라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일 밤이 될 듯하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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