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전용철씨 죽음’ 문인 184명 집단성명
7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영안실. 지난달 시위 도중 숨진 농민 전용철씨의 빈소 앞에 문인 20여 명이 모였다. ‘민중생존과 사회양극화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산하 자유실천위원회(위원장 이인휘)가 주최하는 행사였다. “농민들의 직업은 농업입니다. 농사만 지어서 부모 공경하고 자식 공부시키고 가족들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농민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경북 영천에서 올라온 농민 시인 이중기씨가 먼저 발언했다. 지난달 15일 전용철씨가 숨지던 집회 현장에 있었다는 그는 “그때 여의도 현장은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짐승의 시간이었다”며 자작시 <농민의 길>을 낭송했다. 소설가 조세희씨가 나섰다. “우리를 모은 것은 물론 전용철이고, 그 다음은 문학입니다. 전용철씨는 바로 국가 폭력에 의해 숨진 것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죽은 국민이지 살아 있는 국민이라 할 수는 없어요.” 문학평론가 임헌영씨가 말을 이었다. “과거 군부독재 정권에서도 노동자나 농민이 한 사람 죽으면 정권이 겁을 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권과 국민 모두가 윤리·도덕적으로 마비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김근 김재영 김종광 김지우 신용목 윤동수 윤임수 이승철씨를 비롯해 문인 184명은 성명을 내어 △집회현장의 경찰폭력 근절 △산지 쌀값 보존과 농민 생업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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