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상이 에스엔에스에서 화제를 모으며 25년 만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90년대 가수 양준일. 지드래곤 닮은 모습으로 관심을 끌다가 노래에 빠져 ‘입덕’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기약 없이 떠나버린 나의 사랑 리베카아~”
지드래곤이 리베카를 찾는다. 아니, 지드래곤이 아니다. 누구지?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강제 소환되고 있는 남자, 바로 양준일이다.
1991년에 데뷔해 92년까지 잠깐 활동한 가수인데, 요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과거 무대 영상이 돌면서 ‘뒤늦은 입덕자’가 줄을 잇고 있다.
“91년에 태어난 내가 91년에 데뷔한 가수한테 빠질 줄이야” “이 모습 이대로 딱 한 번만 보고 싶다” 등등 25년 전 남자한테 반해버렸다는 사실에 입덕자들은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여기, 입덕자 한명 추가요!
절대 만날 수 없는 ‘90년대 양준일’을 그리워하며 안타까움에 영상만 무한 반복 재생 중이다.
“지디(지드래곤 줄임말)인 줄 알고 클릭했다가, 양준일 덕후가 됐다”는 다른 입덕자들처럼 처음에는 지드래곤과 닮았다는 해시태그에 호기심에 봤다. 아래위로 하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리베카~”를 찾으며 싱긋 웃는 모습이 지드래곤 판박이였다. ‘25년 전 지디’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런데, 보다 보니 웬걸 노래도 너무 좋은 거다.
1991년 나온 ‘리베카’는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뉴잭스윙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것이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다른 건 어떤가 싶어 ‘가나다라마바사’(1992년)를 찾았다가 놀라고, 또다시 ‘댄스 위드 미 아가씨’(1992)를 찾았다가 홀딱 빠져드는 순서다. 90년대에 이런 노래가 나왔다고? 정말?
무대는 또 어떤가.
잘 짜인 군무가 아니라, ‘마이삘’대로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신선하기 짝이 없다. 카메라 워킹은 ‘1’도 신경 안 쓰는 듯 마음껏 무대를 휘젓는 자유분방함이 파격적이다. 특히 ‘댄스 위드 미 아가씨’에서는 파마머리에 귀걸이까지 하고 나와 댄서와 나이트클럽에 온 듯한 콘셉트의 춤까지 선보인다. 90년대 양준일은 존재 자체로 센세이션이었을 테지?
“호불호가 갈렸죠”라는 게 한 음악 관계자의 기억이다.
‘25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재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입덕자들은 더 애틋해 한다.
지금이라도 앞선 재능을 제대로 빛내주자며 해시태그로 양준일 알리기에 나섰다. 지금은 뭐 하고 있으려나?
궁금증에 덩달아, 2012년 <무한걸스>에서 송은이가 양준일에 대해 말한 영상도 반복 재생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영어 교실을 한다고 해요.” 진짜일까?
‘기약 없이 떠나버린 나의 사랑의 리베카~’를 찾던 양준일을 찾으신 분? 소식 좀 알려달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