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KBS가 제주어로 제작한 드라마 <어멍의 바당>. 방송화면 갈무리
“우리도 겅허카”(우리도 그럴까)
“겅 나이 들엉 물질허멍 이시카”(그 나이 되도록 물질하고 있을까)
지난 1일 시작한 해녀 이야기를 다룬 4부작 드라마 <어멍의 바당>(한국방송1)은 한국 드라마인데, 자막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대사의 95%를 제주어로 말하기 때문이다. “독고 모슴마시”(독한 마음이라뇨?) “해녀콩 먹었다고마시”(해녀콩을 먹었다고요)….
낯설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제주어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어멍의 바다>는 12월1일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2돌을 맞아 제주방송총국에서 제작한 로컬드라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방송했고, 1일 1부, 2일 2부에 이어 8일(3부)과 15일(4부) 오후 3시에 전국적으로 내보낸다.
지역에서 만들어 전국으로 나간 교양 프로그램은 많지만, 드라마에서 배우부터 연출까지 지역인들이 뭉쳐 만드는 건 드물다. 박은주, 이민자, 이영원 등 배우 10명은 모두 제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극인이다. 작가(김선희)는 물론, 연출(오수안, 양천호 피디)까지 제주방송총국 제작진이 참여했다. 드라마를 전공하지 않았고, 동시 녹음 장비도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지역 방송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양천호 피디는 <한국방송>을 통해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역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시대극까지 만들고 있다. 우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어를 바탕으로 한 장편드라마나 시트콤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멍의 바당>은 해녀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권유로 뭍으로 나와 공부하고 방송 기자가 된 강단이, 비양도에 들어와 해녀의 삶을 취재하면서 해녀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일이 너무 힘들어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해녀들의 속내 등이 엿보여 보다보면 울컥해진다. 드라마는 1970년대만 해도 1만4000명이 넘은 제주 해녀 수가 해마다 줄어 최근에는 4400명에 그치고, 70살 이상이 전체 60%를 차지할 정도로 기피되는 현실을 드러내며 해녀라는 문화자원의 보호와 보전의 과제를 이야기한다.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활용하고, 해녀의 이야기를 담고, 지역 방송사를 활성화시키는 시도 등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수십억원을 들여 만드는 드라마에 견주면 촌스러움은 있다. 소품과 의상, 분장 팀이 따로 없어 모두 스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진짜 일상처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이 전하는 해녀의 삶과 문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를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드라마 내내 시원하게 펼쳐지는 비양도 바다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