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불붙는 플랫폼 전쟁: 인피니티 워 2019
글로벌 사업자 “한국시장 잡아라”
넷플릭스, 3년간 1500억원 투자
디즈니, 대항마 마블·애니 내세워
AT&T·아마존·유튜브도 경쟁 가세
토종 사업자 “어림없지”
SK브로드밴드, 지상파 3사와 동맹
LG유플러스, 넷플릭스와 공생 전략
카카오엠 투자·네이버 점유율 주력
‘킬러 콘텐츠’ 제작에 승부수
아마존 프라임 4조·훌루 2조5천억원
SKB, 모바일 드라마에 35억원 투자
“국내 업체, 자본력 맞서 내실 갖춰야”
“대한민국은 ‘플랫폼 전쟁: 인피니티 워’를 치를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2019년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3년째, ‘유료 동영상’에 낯설었던 한국 콘텐츠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한국 영화 사상 최고액인 500억원, 드라마 <킹덤>에 200억~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넷플릭스 이전부터 한국 콘텐츠 시장은 모바일과 티브이(TV)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2017년 지상파 방송 매출은 전년 대비 7.9% 하락했고, 2018년 유튜브 기업가치는 180조원에 이른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30만명(2017년 기준)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는 기존의 한국 오티티 가입자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콘텐츠의 힘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2019년 넷플릭스 ‘선점’에 탄력 받아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공룡들과 이에 맞서는 한국 사업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작사 등이 맞물리며, 명실공히 콘텐츠 전쟁이 예고된다. 2018년 콘텐츠 산업은 110조원에서 116조원으로 한해 동안 5.2% 성장했다.
■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의 고지 점령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9년 전망 세미나에서 “2019년은 거대 글로벌 콘텐츠 그룹들의 고지 점령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선 이미 콘텐츠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오티티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올해 전세계에 선보인다. 디즈니는 지난해 21세기폭스를 78조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하면서, 영화 스튜디오와 20개 채널을 확보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3위 오티티인 훌루 지분도 60%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2017년 오티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넷플릭스에 ‘마블’ 시리즈 등 자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전선을 명확히 했다.
미국 2위 통신사인 에이티앤티(AT&T)도 올해 말까지 오티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에이치비오(HBO), 시엔엔(CNN) 등 미디어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6월 워너브러더스를 보유한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는 2020년까지 프리미엄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무료화할 계획이고, 애플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 대상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을 확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아바타, 엑스맨 등 마블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의 막강한 상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 넷플릭스 공습에 맞서…국내 오티티도 공룡 행보 넷플릭스가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나서자, 국내 사업자들도 2019년을 콘텐츠 경쟁력의 해로 잡고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엠(M)은 김성수 전 씨제이이엔엠(CJ ENM) 대표를 신임 대표로 영입하는 등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카카오엠은 2014년 케이팝 뉴미디어 채널 원더케이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다가, 2017년 영상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카카오엠은 “웹드라마, 웹예능에 더해 2019년에는 더욱 다양한 장르,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기존 오티티 업체들도 넷플릭스의 공격에 맞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옥수수를 제공하는 에스케이텔레콤(SKT)과 공동 출자 서비스인 푹을 내보내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지난 3일 통합 오티티 서비스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통합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새 법인이 출범하면 옥수수 946만명, 푹 400만명 등 13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토종 오티티 플랫폼이 탄생하게 된다. 국내 서비스는 푹으로 일원화하고, 옥수수는 글로벌 시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포털 네이버는 브이(V)라이브를 통해 웹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왓챠플레이, 아프리카티브이 등도 오티티 플레이어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넷플릭스는 경쟁자인 동시에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엘지유플러스(LGU+)는 넷플릭스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엘지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지난해 11월부터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미스터 션샤인>을 넷플릭스와 공동 투자한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 결국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우수한 콘텐츠를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공존한다”며 “일단은 질 높은 작품의 방영권을 해외 오티티에 판매해서 글로벌 콘텐츠로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결국 킬러 콘텐츠 확보가 관건 넷플릭스의 전세계 오티티 시장 점유율은 70~80%에 이른다.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급속도로 발전한 데는 자체 제작물 인기 덕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담당 부사장은 “<옥자> 상영 이후 한국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2017년 시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중 54%가 가입 이유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꼽았다. 킬러 콘텐츠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다 보니 오티티 업체들은 자체 제작에 막강한 돈을 투자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체 제작 콘텐츠에 8조9600억원(80억달러)을 투자한다. 2019년 <킹덤> 등 한국 콘텐츠 4편을 포함해 자체 제작 콘텐츠 14편을 선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 3년도 안 된 기간 동안 한국 시장에 쓴 돈은 1500억원이 넘는다.
애플은 지난해 1조12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80년대 방송한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어메이징 스토리>를 만들고,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스 위더스푼이 나오는 아침드라마도 만든다.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계약도 맺었다. 유튜브도 광고 없는 유튜브 레드에 2019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50개를 공개한다. 아마존 프라임은 4조원을 투입한다. 티브이 시리즈로 제작하는 <반지의 제왕> 다섯개 시즌 제작비만 약 1조1300억원으로 알려진다. 훌루도 올해만 콘텐츠 제작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오티티 업체도 마찬가지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00% 투자한 드라마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를 만들었다. 국내 모바일 드라마 중에서 최고 금액인 35억원을 투자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 호평으로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드라마 업계 영향력이 커지자 자체 제작 시리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스튜디오엔(N)을 통해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는 등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플레이리스트는 올 상반기에 작품 5편을 만들 예정이다. 카카오엠은 동종 업체 간 시너지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병헌이 있는 비에이치(BH)와, 숲, 킹콩 바이 스타십 등 배우 매니지먼트사를 인수 합병한 카카오엠은 스튜디오 드래곤과 공동 제작한 드라마 <진심이 닿다>(티브이엔)를 다음달 선보일 예정인데, 원작은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이고, 주연은 킹콩 바이 스타십 소속인 이동욱이 맡았다. 카카오엠은 “국내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동종 업체 간 시너지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예측 불가능한 승자 2017년 8월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누가 승자가 될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미디어 시장의 전망이 유동적이라는 얘기다. 재미있다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콘텐츠 유목민’에게 확실한 것은 결국 콘텐츠이지, 플랫폼은 그다음인 셈이다. 훌루가 제작한 <시녀 이야기>는 오티티 드라마 최초로 2017년 에미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국내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2017)와 <에이틴>(2018)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위주로 공개했는데, 에피소드마다 1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박이 났다. 유튜브·페이스북 등 10대가 주로 활동하는 웹 플랫폼에서 유통시킨 점이 성공 요인으로 거론된다. 2018년 멜론 시상식에서는 티브이 드라마를 제치고 <에이틴>에 수록된 곡 ‘에이틴’이 오에스티(OST) 상을 받았다. <연애 플레이 리스트>와 <에이틴>을 만든 플레이리스트는 2017년 이후 채널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박태원 플레이리스트 대표는 “유통 채널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가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많은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플랫폼에 유연해지는 시청 행태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내실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요셉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정책2팀장은 “한국을 유력한 시장으로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글로벌 오티티 업체의 자본력에 맞서, 개성 있는 기획으로 화제성을 높이는 등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글로벌 사업자 “한국시장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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