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드라마 3종 비교
‘아이템’ ‘열혈사제’ ‘트랩’
거대 권력 악행에 맞서는
검사·앵커·사제 캐릭터 등장
장르·전개 방식 다르지만
‘인간사냥’ 다룬 ‘트랩’ 소재 흥미
‘열혈사제’는 코믹·액션 짜임새 좋아
‘아이템’은 연기, 연출 등 아쉬워
연기에선 ‘열혈사제’ 김남길 호평
함께 출연한 이하늬도 감탄스러워
‘아이템’ ‘열혈사제’ ‘트랩’
거대 권력 악행에 맞서는
검사·앵커·사제 캐릭터 등장
장르·전개 방식 다르지만
‘인간사냥’ 다룬 ‘트랩’ 소재 흥미
‘열혈사제’는 코믹·액션 짜임새 좋아
‘아이템’은 연기, 연출 등 아쉬워
연기에선 ‘열혈사제’ 김남길 호평
함께 출연한 이하늬도 감탄스러워
장르물 마니아들은 요즘 손이 바쁘다. 장르물 전문 채널 <오시엔>이 아니더라도 티브이(TV)에 재미있는 장르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초능력이 발생하는 아이템을 둘러싼 판타지 장르 <아이템>(문화방송 월화 밤 10시)으로 한 주를 시작해 사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믹 장르물 <열혈사제>(에스비에스 금토 밤 10시)를 거쳐, 인간 사냥을 소재로 삼은 스릴러 <트랩>(오시엔 토일 밤 10시20분)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주로 연쇄살인마를 쫓던 장르물은 2016년 <시그널>(티브이엔) 이후 대중화되면서 이처럼 소재도 다양해졌다. 그래서 뭘 볼까? 마니아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며 ‘장르 주간’을 형성한 세 작품을 뜯어봤다.
‘거대 권력’ 악행 꼬집는 메시지는 공통 외피는 달라도 거대 권력의 악행을 꼬집으며 “정의는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같다. 현실을 반영한 듯 절대 악은 모두 권력자다. <아이템>에서 악의 축은, 촉망받지만 알고 보면 소시오패스인 재벌 조세황이다. <열혈사제>도 가상의 지역 구담구를 배경으로 구청장과 경찰서장, 부장검사, 국회의원이 카르텔을 형성해 사리사욕을 채운다. <트랩>에선 인간 사냥을 즐기는 ‘인간’들 역시 사회 곳곳 암같은 존재들이다. 조폭과 연루된 정신병원 원장, 재벌 2세, 고문관 신분을 세탁한 국회의원 등은 사람을 숲에 풀어놓고 도망가게 한 뒤 사냥하는 내기를 벌인다. <열혈사제> 이명우 피디는 “악(의 존재를) 당연하고 무기력하게 생각하는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는 사제를 통해 작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세 드라마 모두 소신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절대 악에 맞선다. <아이템>은 검사 강곤(주지훈), <트랩>은 신뢰도 높은 앵커 강우현(이서진), <열혈사제>는 정의로운 사제 김해일(김남길)이다.
소재의 흥미성은? <트랩> 하지만 코믹(<열혈사제>), 스릴러(<트랩>), 판타지(<아이템>) 등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소재나 전개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트랩>이다. <트랩>은 총 7회 중 4회를 방영한 지금도 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전개가 흥미롭다. ‘인간 사냥’이라는 덫에 걸린 강우현이 가족의 복수를 하는 내용으로만 생각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더 거대한 배경이 있다는 냄새를 풍긴다. 모든 등장인물에게 비밀이 있고, 매회 새로운 카드가 제시돼 시청자들은 매회 명탐정 코난이 되어 숨어 있는 이야기를 추측한다. 이 드라마는 영화 제작팀이 만들고, <오시엔>이 함께 기획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만든 이재규 <트랩> 총괄피디는 “영화로 개발 중인 아이템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각각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맛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회에서 병원 옥상에 있던 형사가 차가 떠나는 걸 본 뒤 축지법이라도 쓴 듯 순식간에 내려와 출발한 차를 따라가는 등의 어색한 장면은 ‘옥의 티’다.
그래서 만듦새는? <열혈사제> 전반적인 만듦새는 <열혈사제>가 가장 탄탄하다. 권력의 카르텔을 무너뜨린다는 소재는 새로울 게 없지만, 살인에 비리가 난무하는 무거운 내용에 코믹을 적절히 가미해 ‘코믹 액션 휴먼’을 모두 잡았다. 사제가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 출신으로 싸움도 잘하고 수시로 욱하는 다혈질로 설정된 것부터 코믹하다. 2회(쪼개기 편성 4회) 김해일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찰을 찾아가 주먹을 날리고 코피가 줄줄 나는 과정을 슬로모션으로 담는 등 과장된 장면이 많다. 자칫 유치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코믹과 정극의 균형을 잘 맞추고 촘촘하게 빚어낸 연출로 이 드라마만의 색깔을 완성해냈다. 김남길은 “박재범 작가는 소재의 무거움을 밝게 환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주·조연할 것 없이 연기 구멍이 없는 것도 빼어난 만듦새의 비결이다. <아이템>이 충분히 색다른 소재를 갖고도 화제성이 부족한 데는 서로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처럼 ‘따로 노는 연기력’ 문제가 크다.
주연배우 연기 대결은? ‘김남길+이하늬’ 승 세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들이 관심을 끌었다. <열혈사제> 김남길이 2017년 이후 드라마에 나오고, <아이템>은 최근 <킹덤> 등으로 한껏 주목받는 주지훈이 주인공을 맡고, <트랩>은 이서진의 벼르고 벼른 첫 장르물 도전이다. 세 인물 모두 아들이 살해당하고(<트랩>), 형이 죽은 뒤 조카를 딸처럼 키우거나(<아이템>), 테러 작전 중 의도치 않은 폭파 사고로 민간인·아이들을 살상하는 등(<열혈사제>)의 아픔을 지닌 복잡한 인간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김남길은 코믹함과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발성도 좋고, 기본적으로 짜증이 섞여 있는 듯한 표정만으로도 ‘다혈질 사제’의 풍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를 갈며’ 도전한 이서진은 수시로 바뀌는 다채로운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주지훈은 불분명한 발음 등이 여러모로 아쉽다. 장르물 대결의 의외의 승자는 이하늬다. 나란히 프로파일러로 나오는 <아이템>의 진세연과 <트랩>의 임화영의 어색함과 달리 이하늬는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곱씹게 만들 정도다. 대사도 찰지고, 캐릭터를 갖고 논다. 출세 지향적 검사로 나오는데 ‘줄’ 잡으러 나간 술자리에서 학번은 선배지만 연수원은 후배인 다른 검사를 족치는 장면에서 특히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열혈사제>에서 다혈질 사제를 제 옷 입은 듯 소화하는 김남길. 에스비에스 제공
<아이템> 주지훈. 문화방송 제공
<트랩>에서 장르물에 첫 도전한 이서진. 오시엔 제공
<열혈사제>서 찰진 연기를 보여주는 이하늬.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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