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침체된 한국 해양문학 되살렸으면…”

등록 2005-12-22 16:55

현대상선 하이웨이호에 승선한 작가들이 선원복 차림으로 갑판 위에 섰다. 왼쪽부터 안상학, 유용주, 박남준, 한창훈씨.
현대상선 하이웨이호에 승선한 작가들이 선원복 차림으로 갑판 위에 섰다. 왼쪽부터 안상학, 유용주, 박남준, 한창훈씨.
박남준·유용주·안상학·한창훈씨 부산∼두바이 3주간의 항해일지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펴내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 옆 식당에서 이색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이 낸 항해기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실천문학사)의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현기영, 송기원, 김영현, 김형수, 이현수, 권지예, 김지우, 오수연, 고명철, 김종광, 김근씨 등 50여 명의 동료 작가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가운데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 회원 네 사람의 복장은 유독 튀었다. 시인 박남준·유용주·안상학씨와 소설가 한창훈씨 등 네 사람은 현대상선 선원 복장인 오렌지색 유니폼 차림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3주 동안 부산에서 두바이까지 현대상선을 타고 항해를 다녀왔으며,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는 그 기록이었다.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이란 그 항해를 계기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내로라 하는 술꾼들이 즐비한 작가회의 안에서도 ‘죽음의 조’로 불릴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이들의 항해를 두고 선배 작가 현기영씨는 “육지의 술이 간에 안 차 저 대양의 바닷물을 퍼먹으러 갔다 온 모양”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모임의 대변인 격인 한창훈씨는 “반도를 넘어서는 시야의 확대가 대륙 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평소 아쉬웠다”며 “이번 항해와 모임 결성을 계기로 침체된 한국 해양문학을 되살렸으면 한다”고 진지하게 받았다.

현대상선 하이웨이호 항해일지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현대상선 하이웨이호 항해일지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책에 실린 네 사람의 글은 동일한 항해 일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적은 셈이어서 흥미롭게 읽힌다. 박남준씨와 안상학씨는 시와 산문을 버무려 썼고, 유용주씨는 잠언 투로 시종했으며, 한창훈씨는 날짜별로 일지를 쓰듯이 소상하게 적었다. 승선 첫날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규칙 때문에 금단증세를 겪은 일, 해적이 출몰하는 말라카 해협에서 두려움 속에 당직을 서던 일, 인도양 한가운데서 아버지의 제삿상을 차리고 통곡하던 유용주씨, 날치떼의 비행과 돌고래들의 곡예에 환호하는 장면, 별의 쓰나미라 표현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은하수, 배 안 노래방에서 선원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춘 밤…. 선장과 기관장, 갑판수를 비롯한 선원들을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 있다. 다음은 인도양의 일몰을 노래한 박남준씨의 시다.

“욕망이 덧없음을 깨닫는다/한갓 춘몽이었음을 일깨운다/인도양에 지는 해가 황금빛/능라의 길을 뱃머리에 펼친다/해가 진다 달이 뜬다/해의 길이 거두어지고/해처럼 붉은 달이 길을 닦는다/손짓한다 견딜 수 없다/잔인하다 이 살인지경의 도저한 시간/밀려온다 전율처럼 꽂힌다/새처럼 몸을 떤다/탕-/내 몸은 관통당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