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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8:00 수정 : 2019.12.16 22:54

지난달 26일 개막한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드래그퀸의 이야기로, 남자 배우의 매력이 한껏 빛나는 작품이다. 박은석과 함께 주인공 ‘케이시’를 맡은 배우 이상이(왼쪽)와 강영석도 저마다의 색깔로 무대를 휘젓는다. 두 사람을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래그퀸 되는 과정 담은
2014년 미국 초연작 국내 첫 선
보고 나면 유쾌해지는 작품 호평

‘케이시’ 역 강영석, 이상이, 박은석
이태원 클럽 드래그쇼 찾아다니며
진정성 담아내려 노력

강 “둘 다 춤 좋아하는 흥부자
평등하고 자유로운 느낌 담아 연기
이 연극이 대표작 되면 좋겠어요”

지난달 26일 개막한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드래그퀸의 이야기로, 남자 배우의 매력이 한껏 빛나는 작품이다. 박은석과 함께 주인공 ‘케이시’를 맡은 배우 이상이(왼쪽)와 강영석도 저마다의 색깔로 무대를 휘젓는다. 두 사람을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내년 2월 16일까지)은 보고 나면 마냥 유쾌해진다. 클럽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내며 노래하는 ‘케이시’가 여장을 하고 ‘조지아 맥브라이드’라는 이름의 ‘드래그퀸’(남성이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관람 도중 나도 모르게 웃고 있음을 느끼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유쾌함의 8할은 배우들 덕이다. 케이시를 연기하는 강영석(28)과 이상이(28), 박은석은 드래그퀸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2014년 미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이 관객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게 한다.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강영석과 이상이는 “관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드래그퀸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작품의 특성상 배우의 연기력에 따라 ‘퀄리티’는 극과 극을 오간다. 배우가 진짜 드래그퀸의 마음을 이해한 뒤 ‘내가 드래그퀸’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기하지 않으면 작품은 한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B)급 코미디’로 전락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래서 강영석과 이상이도 다른 작품보다 갑절 이상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이태원 클럽에 드래그 쇼를 보러 가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부터 나눴다. “그곳에선 남녀로 가르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느낌이었어요. 공연하며 시를 읊기도 하고,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자유로움을 담고 싶었어요. 재치는 물론이고.”(강영석) 직접 만난 그들은 캐릭터를 빚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상이는 “여장을 해야 해 근육을 줄이고 살을 뺐는데, 진짜 드래그퀸을 보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 다시 운동을 했다”며 “‘내가 그들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계속하며 캐릭터를 완성해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헤드윅>처럼 배우들은 극 중에서 공연도 한다. ‘헤드윅’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장을 한 채 노래한다면, 연극인 이 작품에선 케이시로서 일상 연기를 하다가 클럽에서 다시 드래그퀸이 되어 쇼를 하는 등 배우들은 숨 가쁘게 움직인다.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기에 무대 뒤에서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강영석) 뮤지컬도 아닌데 춤을 추고 립싱크로 노래도 해야 한다. ‘빠담빠담’에서 ‘라이크 어 버진’까지 샹송과 팝송 등 다양한 노래를 소화하는데, “차라리 진짜 노래를 하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을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입 모양과 노래의 합이 맞지 않으면 ‘퀄리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입을 크게 벌리고 또박또박 입 모양을 내면서 동시에 표정 연기를 하고 춤을 추는 연습을 수없이 했어요.”(이상이)

드래그퀸으로 변신한 강영석(가운데)의 모습. 트레이시로 나오는 백석광(오른쪽)도 연기를 잘한다. 쇼노트 제공
이상이가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작품이지만, 잘 씹어 소화해내면 확실한 대가도 따라온다. 사실상 드래그퀸을 연기하는 배우의 매력에 전적으로 기대는 작품인 만큼 <헤드윅>처럼 남자 배우가 자신의 끼를 한껏 발산시키며 팬덤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화랑>과 2014년 <그리스>로 각각 데뷔해 제 몫을 해온 강영석과 이상이도 이 작품에서 매력을 뽐내며 유독 주목받는다. “흥이 많고 춤추는 걸 좋아한다”는 두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휘젓는다.

강영석은 예쁜 얼굴로 노래하고 춤추며 넋을 놓고 보게 한다. “남편이 나보다 더 예뻐”라는 극중 아내의 대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상이는 팔 근육은 어느 정도 살리고 여장을 해서 남성미와 여성미를 동시에 내뿜는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한국방송2·KBS2) 속 필구의 야구 코치(양승엽)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는데, 전혀 다른 이미지로 또 한번 시선을 끄는 셈이다. 강영석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이상이는 동작이 크다. 강영석은 케이시 속 드래그퀸의 끼가 강조된다면, 이상이는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이 더 잘 보인다. 배우별로 세 가지 버전을 모두 보고 싶게 차이가 도드라진다.

남성미와 여성미를 동시에 드러내며 눈길을 끄는 이상이. 쇼노트 제공
두 배우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니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이다. “처음엔 힐 신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젠 더 잘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여장하고 무대에 서니 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더 과감했으면 좋겠고, 더 화려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는 춤을 예쁘게 더 잘 추고 싶어요.(웃음)”(강영석) “배우마다 넘버(노래)도 달리하면 좋겠고,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남장 여자가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 아직 존재하는 선입견도 깨고 싶고요.”(이상이) 두 사람은 “기회가 되면 세 배우가 모두 무대에서 함께 공연도 하겠다”는 팬서비스 차원의 약속도 잊지 않았다.

생활고 등 현실의 억압과 어려움에 시달리던 케이시가 우연한 기회에 드래그퀸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찾는 것처럼, 두 사람도 우연히 만난 ‘조지아’를 통해 배우로서 더 높이 날 듯하다. 20대의 끝자락과 30대의 시작을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두 사람에게 뜻깊다. “신인 때보다 더 혼란스러운 요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해왔던 20대처럼, 30대는 더 책임감 있게 더 열심히 달려나가고 싶어요.”(강영석) “영화에서도, 나아가 국외 작품에서도 나를 드러낼 수 있기를. 이 작품이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이상이)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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