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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삼촌? 고모! 어떻게 불러야 해?

등록 2019-12-27 20:23수정 2019-12-28 02:01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0-삼촌은 오드리헵번>

17살 준호(김우석)는 도박중독 아버지 때문에 머물 집조차 없이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월세 보증금 500만원을 위해 자해 공갈로 돈을 마련할 만큼 아버지와의 삶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한 아버지는 준호가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삼촌(최승윤)의 집에 그를 맡겨버린다. 서운함도 잠시, 처음 만난 삼촌이 오드리라는 이름의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준호는 충격을 받는다. 삼촌이라 해야 해, 고모라 불러야 해? 낯설기만 한 그녀와의 동거가 무섭고 꺼림칙하기까지 한 준호는 아버지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며 집 밖을 떠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티브이엔>(tvN) 단막극 페스티벌 <드라마 스테이지>가 지난달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철저하게 신인 감독과 신인 작가들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스테이지>는 매해 특정한 주제 아래 10편의 단막극을 방영한다. 올해 선보이는 <드라마 스테이지 2020>의 주제어는 ‘컬러 오브 라이프’로, 다양한 색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요즘 외국 드라마계에서도 2010년대를 마감하고 2020년대를 내다보는 시점에서 하나같이 ‘다양성’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잘 읽은 주제어로 보인다.

<드라마 스테이지 2020>의 네번째 작품인 <삼촌은 오드리헵번>은 이러한 주제어를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가 트랜스젠더 소재를 다루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삼촌은 오드리헵번>을 포함해 세편이나 된다. 먼저 지난 10월 종영한 <엠비엔>(MBN) 화제의 드라마 <우아한 가>에서는 주요 인물 중 한명이 트랜스젠더로 등장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충격적인 반전처럼 제시하면서 흥밋거리로만 소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반면 <케이비에스(KBS) 드라마 스페셜 2019―웬 아이가 보았네>는 트랜스젠더와 학대받는 아이의 우정을 통해 소수자들의 상처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호평을 받았다.

<삼촌은 오드리헵번>은 트랜스젠더가 소외된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 안는다는 점에서 <웬 아이가 보았네>가 그려낸 소수자 연대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한층 인상적인 점은 기존에 자주 묘사된, 차별받고 배척당하는 존재로서의 모습보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면모를 더 강조했다는 데 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만 봐도 차별점이 잘 드러난다. 오드리가 운영하는 바도 등장하지만, 인물들이 주로 소통하는 공간은 집, 쇼핑몰, 웨딩숍 등 지극히 일상적이고 친숙한 공간들이다.

이 작품이 전형적인 한국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목하고 갈등하던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전형적인 가족극 플롯을 따라가면서, 가장 보편적인 장르라는 가족극 안에서도 그동안 트랜스젠더들이 늘 배제되어왔다는 점을 역으로 드러내 보인다. <삼촌은 오드리헵번>은 2020년에는 우리 드라마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라는 시청자들에게 미리 찾아온 새해 선물 같은 작품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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