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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독과점 장벽, ‘포스트 봉준호법’이 허물까?

등록 2020-02-26 18:18수정 2020-02-27 02:35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계획
영화인들 온라인 서명 나서
임권택·안성기 등 1325명 참여

“미래의 봉준호 반지하 탈출 자금
극장을 살찌우는데 흡인돼”
스크린 상한제·영화법 개정 등 제안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업 제한, 특정 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영화계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영화산업 구조 개선책을 담은 ‘포스트 봉준호법’ 서명 운동에 25일까지 영화인 1325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서명지 갈무리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업 제한, 특정 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영화계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영화산업 구조 개선책을 담은 ‘포스트 봉준호법’ 서명 운동에 25일까지 영화인 1325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서명지 갈무리
“대기업 스크린 독과점 이제 중지시켜야 합니다.”

“함께 공생합시다.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시간입니다.”

‘포스트 봉준호법’(가칭)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영화인들의 목소리다.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준비모임’은 26일 불균형한 영화산업 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는 ‘포스트 봉준호법’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날 마감한 결과 1325명의 영화인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봉준호법’은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업 제한, 특정 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영화계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영화산업 구조 개선책을 담은 법안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이후 제2, 제3의 봉준호가 나오려면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각 정당에 요청해 21대 국회에서 법제화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모든 한국 영화인들은 봉 감독의 쾌거에 환호와 찬사를 보내면서 ‘97% 독과점의 장벽’에 갇힌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들은 “씨제이·롯데·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는 현재 극장 입장료 매출의 97%를 차지하면서 배급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극장과 결합한 배급사들이 부당하게 극장을 살찌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래의 봉준호들이 반지하를 탈출하는 데 쓰일 자금이 극장으로 흡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1948년 배급·상영 겸업을 금지(패러마운트 판례)했다. 우리 헌법도 제119조 제2항(경제민주화)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겸업 제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지난해 한 인기 영화의 경우 무려 81%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며 “프랑스는 영화영상법과 편성협약을 통해 8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에서는 영화 한편이 일일 상영 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한 영화에 일일 최다 4개 스크린만 배정할 수 있게 했다. 우리도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독립·예술영화는 전체 개봉 편수의 9.5%에 달하지만, 관객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며 “영화법 개정을 통해 멀티플렉스에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을 지정해 일정 기준 이상 상영하도록 하고, 국가는 해당 상영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시작된 서명은 이틀 만에 1천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차 서명자로 임권택·이장호·이창동·정지영·임순례 등 중견 감독들과 안성기·문성근·정우성·조진웅·정진영 등 중견 배우들, 제작자, 작가, 노조, 평론가, 교수, 영화제 인사들로 구성된 59명의 영화인이 이름을 올려 불을 지폈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 등 위원 9명은 지난 19일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제도화와 재정적 지원책 마련, 스크린(상영 회차) 상한제 도입,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등으로 인한 불공정성 문제 해소, 영화 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 추진 등 4가지 요구사항을 각 정당의 총선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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