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매일 5분 동화 따라 그리기 2년만에 ‘삶의 균형’ 찾았어요”

등록 2020-03-15 19:08수정 2020-03-16 18:32

[짬] 디자인 부피 배선미 소장

한겨레교육에서 ‘매일 5분 100일 그리기’ 온·오프 강의를 개설한 배선미 디자인 부피 소장.
한겨레교육에서 ‘매일 5분 100일 그리기’ 온·오프 강의를 개설한 배선미 디자인 부피 소장.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를 하면 그림 실력이 좋아진다기보다는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성취감을 얻게 되죠,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루하루의 시간이 쌓이면 자신감도 커지고 새로운 걸 시도할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타인에 대해 여유로울 수 있는 감정의 힘도 함께 생기고요.”

오늘로 768일. 지난 10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사무실에서 만난 배선미 ‘디자인 부피’ 소장(46)은 2018년 1월29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그리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하루에 한 장면씩 동화책을 따라 그린다. 동화책 대신 그림일기를 그리기도 한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시간. 결과물은 그 날 바로 블로그에 올린다. 에이(A)5 스케치북과 0.1mm 검정 펜으로 시작해 요즘은 12색 수채 색연필, 수채 물감 등을 두루 쓴다. 그동안 그가 따라 그린 동화책은 8권, 작업실에 쌓아둔 스케치북만 22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의반 타의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배 소장의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는 집에서 나홀로 놀기의 유익한 사례로 추천할만 하다.

2018년 1월29일부터 770일 넘게 그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하루 한장면
‘데일리 드로잉’ 블로그에 차곡차곡
600일께 ‘카카오프로젝트100’ 뽑혀

‘하루 5분 100일 그리기’ 한겨레교육 강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 나홀로 놀기”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데일리 드로잉-매일 그리기 프로젝트 며칠차’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려요. ‘난 오늘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죠. 어떤 날은 그림만 그려두고 블로그 게시를 까먹기도 해요. 여러 날에 걸쳐 한 장면을 그리기도 하니까요.”

무엇이 이토록 그로하여금 꾸준히 그리게 하는 걸까. “<퍼머컬처>(데이비드 홈그렌, 보림출판사)에 ‘지속가능한 문화의 원리’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그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았어요. 저도 제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그러면서도 나를 찾는 것. 그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나가려면 하루하루의 작은 시간을 모아야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우선이었고요.”

왜 하필 동화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배 소장은 주저 없이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집에서 다른 걸 하면 아이들은 ‘엄마가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더라고요. 나를 찾는 과정인 동시에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여섯 사람>(데이비드 맥키, 비룡소)을 발견했어요. 아이들 어렸을 적에 종종 읽어준 책이었죠.”

동화책을 따라 그리기 시작한 지 200여 일 지났을 무렵, 그는 정진호 제이(J)비주얼스쿨 대표가 운영하는 ‘행복화실’에 신청했다. “‘행복화실’을 알게 된 건 2014년 즈음이었어요.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평일 저녁에 하는 수업이었어요. 가고 싶은데 비싸기도 하고 애도 어리고, 바빠서 못 갔어요. 그때는 용기가 안 생기더라고요. 12주 동안 배운다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런데 혼자 200일쯤 그리고 나니까 거기 가면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시기에 지인한테서 ‘내가 최근에 만난 다섯 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을 들은 그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500일째 독서 커뮤니티 ‘트레바리’의 ‘그림그림’이라는 모임에 합류했다. 독서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신청한 것이었다. 600일 무렵에는 모임의 파트너가 ‘카카오프로젝트100’을 소개해줬다. 그가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제안한 것이다. 배 소장은 다음 날까지 마감해야 하는 디자인 설계 업무가 있었지만, 그리기 프로젝트 기획안 작성에 더 골몰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생각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뭔가 대단한 걸 이루고, 더 많이 쌓기에 앞서, 다른 이들과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어요. 대단한 분들의 책이나 강연을 봐도 너무 거창한 메시지는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내가 앞으로 갈 수 있는, 한 발자국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게 아니란 생각 때문에 더더욱 다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이 방법이 쉽기도 하고요. ‘오늘도 그림으로 만나요!’가 제 인사였어요.”

‘카카오프로젝트100’에서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배 소장은 함께 했던 이들의 삶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목격했다고 했다. “사실 100일 그린다고 그림 실력이 엄청 늘거나 삶이 확 바뀌지는 않아요. 그런데 관심이 그림으로 향하기 때문에 다른 작은 시도들을 하게 되죠. 그림 도구를 산다든가, 유튜브를 본다든가, 전시회를 가는 거죠. 그러면서 시간을 그쪽으로 쓰고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거예요.”

덧붙여 그는 이 프로젝트를 자신과 같은 ‘엄마들’에게 권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나서 널 만나 참 다행이야’라고 말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이 분은 육아를 하면서도 아이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게 정말 좋더라구요.”

그는 오는 31일부터 한겨레교육에서 '[ON&OFF] 매일 그리기 프로젝트 : 하루 5분, 100일 그리기'를 진행한다. 강의는 100일간 총 8번의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모임으로 이뤄진다. 100일간의 여정 뒤에는 그려온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누리집(www.hanter21.co.kr) 참조.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