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특별한 관문폴 터프 지음, 강이수 옮김/글항아리·1만9800원
<인생의 특별한 관문>은 여러 수험생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저널리스트인 저자 폴 터프가 미국 대입제도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담아낸 책이다. 그가 만난 이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지만 결론은 다음과 같이 간단명료하게 도출된다. ‘입시는 결국 복불복이며, 그 운은 부잣집 아이일수록 좋다’는 것. 누군가 고액 과외와 입시 컨설팅의 도움을 받을 때, 다른 누군가는 정보가 부족해 기회를 흘려보내고 합격을 해도 캠퍼스 내 빈부격차에 괴로워하거나 심지어는 경제적 문제로 진학을 포기한다. 불평등한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부합하는 길을 찾아나서고, 결국 비슷한 실력이더라도 부잣집 아이는 ‘아이비리그’에, 가난한 아이는 ‘비명문대’에 지원하는 현실이 자연스러워지는 데에 이른다.
저자는 ‘간단한 정책적 개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불평등의 궁극적 책임이 대학이나 교육 제도 전반에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이들을 향해 날을 세운다. 피상적인 입시 지원책, 허술한 장학제도 등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가난한 학생보단 부유한 학생이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고자 대학에 몰리고, 그들이 ‘공정하게’ ‘명문대’에 입학하도록 하는 게 교육 평등의 최우선적 과제인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 불평등이 중요한 갈림길마다 수험생 개인의 인생을 어떻게 몰아가며 나아가 전체 미국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 저자가 보여주는 ‘아메리칸드림의 암담한 성적표’ 앞에서 거울상처럼 꼭 닮은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