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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명작·명곡 ‘특별출연’ 드라마가 예술이네

등록 2020-04-08 05:00수정 2020-04-08 10:00

【갤러리 품은 ‘하이에나’】
찰스 파지노·조지 몰런드·김동유…
7억 상당 미술품 극중 배역에 맞춰
로펌·집·카페 배경 곳곳에 등장

【안방 공연장 ‘반의반’】
클래식 엔지니어·피아니스트 주연
에리크 사티·브람스·모차르트 곡 등
풋풋한 감정 곡선 음악으로 이끌어
1) 드라마 <하이에나> 속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화면 갈무리 2) 드라마 <반의반>에서 인욱(김성규)과 영훈(김기용)이 피아노와 첼로로 녹음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 1악장’. 화면 갈무리
1) 드라마 <하이에나> 속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화면 갈무리 2) 드라마 <반의반>에서 인욱(김성규)과 영훈(김기용)이 피아노와 첼로로 녹음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 1악장’. 화면 갈무리
벚꽃 내음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가까운 미술관이나 공연장으로 나들이라도 가고 싶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탓에 4월도 ‘문화 없는 달’이 돼 가고 있다. 이럴 땐 드라마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미술 작품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순수예술도 드라마에서 꽃핀다.

<하이에나> 드라마 갤러리 <하이에나>(에스비에스)는 드라마 갤러리다. 장르 불문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림이 즐비하다. 이야기의 주요 배경인 로펌과 등장인물의 집, 카페 등 곳곳마다 그림이 걸려 있다. 15명 가까운 국내외 작가의 작품 20여점이 드라마에 등장했다. 신승준 미술감독은 <한겨레>에 “최고의 로펌이 배경인 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려고 그림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입구에 자리잡은 김우진 작가의 사슴 조각 먼저 훑고 본격적으로 감상해보자. 회의실에 걸린 작품부터 범상치 않다. 아치형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면 정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바로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다. 앤디 워홀의 뒤를 잇는 주목받는 팝아티스트다. 지구를 모티브 삼은 작품인데 마틴 루서 킹, 넬슨 만델라 등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과 국가기관을 작품 안에 담아 평화를 이야기한다. 2019년 한국국제아트페어에 공개된 작품으로 국내 전시가 끝나고 철수하려던 것을 드라마에 활용했다. 신 감독은 “시가 약 2억원에 이르는 작품으로 글로벌을 꿈꾸는 로펌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하이에나> 속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화면 갈무리
드라마 <하이에나> 속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화면 갈무리

영국 화가 조지 몰런드의 18세기 유화 작품이 걸린 복도를 지나 브이아이피룸에 들어서면 서정민 작가의 한지 그림이 시청자를 반긴다. 한지를 돌돌 말고 이를 다시 일일이 잘라 빼곡하게 붙인 작품이 고풍스러운 브이아이피룸의 분위기를 살린다.

변호사 방마다 캐릭터에 맞게 작품을 선택했다는데 그 차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필중(이경영) 방에 걸린 문기전 작가의 작품은 야심을 품고 속으로 온갖 계략을 꾸미는 그의 내면이 제대로 읽힌다. 김민주(김호정)의 사무실 가운데 자리한 손진형 작가의 아틀리에는 하얀색 벽과 대비된 화려함이 그의 불꽃같은 욕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정금자(김혜수) 변호사가 차린 ‘법률사무소 충’에는 그의 위엄과 용맹함을 보여주는 듯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걸려 있다.

김동유의 작가의 2016년작 <마릴린 먼로(존 에프 케네디)>. 화면 갈무리
김동유의 작가의 2016년작 <마릴린 먼로(존 에프 케네디)>. 화면 갈무리
로펌 밖에서도 예술은 계속된다. 정금자를 따라 카페로 들어서면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억2천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의 작가 김동유의 또 다른 작품이 기다린다. 2016년 그린 <마릴린 먼로(존 에프 케네디)>다. 멀리서 보면 마릴린 먼로인데 가까이서 보면 존 에프 케네디의 이미지들이 빼곡히 자리한다. 이 작은 이미지를 모두 직접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충남 공주의 작업실에서 가져와 반나절 동안 촬영하고 돌려보냈다. 이후에는 다시 빌리기 힘들어 미겔 앙헬의 작품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하이에나>에 나오는 작품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대략 6억~7억원에 이른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제외하고 모두 진품이다. <즐거운 나의 집> 등에서 진품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의 드라마가 프린트한 모조품을 사용하는 것에 견줘 이례적이다. 그래서 촬영 내내 ‘파손 주의’ 등의 안내문을 세워두고 촬영이 끝나면 바리케이드를 쳐두는 등 관리를 철저히 했단다.

극중 김민주 변호사의 욕망을 잘 표현하는 손진형 작가의 작품. 화면 갈무리
극중 김민주 변호사의 욕망을 잘 표현하는 손진형 작가의 작품. 화면 갈무리
<반의반> 드라마 공연장 그림 감상 한번 자~알 했지만 뭔가가 아쉽다. 눈호강 했으니 귀호강도 해보자. 역시 드라마가 음악을 품었다. 클래식 엔지니어와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반의반>(티브이엔)에서는 유명한 클래식 음악으로 귀르가슴(귀+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이 나오는 내내 정해인과 채수빈의 얼굴이 화면에 뜬다. <반의반>은 에리크 사티의 ‘나는 당신을 원해요’가 메인 테마곡처럼 내내 반복해서 흐른다. 1회 하원(정해인)과 서우(채수빈)의 첫 만남 때 흘러나온 곡이자 하원의 첫사랑과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곡이다. 오프닝에 이어 오래된 비디오 속 피아노 연주로도 흐르고, 라이브로도 연주한다. 프랑스 작곡가인 에리크 사티는 클래식계의 아카데미즘에 반감을 느끼고 특이한 악풍으로 작곡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곡은 특히 봄에 잘 어울리는 순수하고 맑은 음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에리크 사티가 수잔 발라동을 위해 만든 곡으로 첫사랑의 설렘을 얘기하는 드라마와도 잘 어울린다.

<반의반>에서 인욱이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장면과 함께 흐르는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 3악장’. 화면 갈무리
<반의반>에서 인욱이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장면과 함께 흐르는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 3악장’. 화면 갈무리
인욱(김성규)과 영훈(김기용)이 피아노와 첼로로 녹음하는 장면에서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 1악장’이 흐른다. <반의반>에는 이 외에도 2회 인욱이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장면과 함께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 3악장’이 흐르는 등 유독 브람스 곡이 많이 나온다. 3회에서도 인욱이 토해내듯 연주하는 장면엔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1악장’이 쓰였다. 4회 서우의 미시령 집 장면에선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도 흐른다.

드라마에 쓰인 모든 곡은 새롭게 연주했다고 한다. 설렘과 안타까움 등의 풋풋한 감정을 잘 표현해내기 위해서다. 연주하는 장면을 먼저 촬영하고 그에 맞춰 음악을 입혀야 하기 때문에 새 녹음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반의반> 제작진은 <한겨레>에 “음악이 드라마의 내용을 더 살려내고 있다”며 “어떤 곡이 흐르는지 감상하며 보면 이야기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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