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가슴 쥐어뜯던 날/이제 6년이 다가온다/ 연극·영화·음악…/대중문화 전반에서/다시 올려지는/수많은 ‘세월호’들…/창작자들은 말했다/“이제 그만해야 하나 고민했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 시간’에 갇혀 있다. 그렇기에 이 작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야호 수학여행이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한껏 들떴다. “장기자랑은 뭘 할까?” “제주야, 기다려라!” 벅찬 얼굴에 소풍 가기 전날 밤의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연극 <장기자랑>의 한 장면이다.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어머니 7명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 리본’이 수학여행 가기 전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올해 세월호 6주기를 맞아 연극 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오는 6월10~13일 다시 선보인다. 극에 참여한 고 곽수인 어머니(김명임)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이야기를 좀 더 차분하게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전반의 활기는 가라앉았지만,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바람’은 영화·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불어오고 있다.
연극 <장기자랑>의 한 장면. 혜화동 1번지 제공
연극은 다양한 시선으로 세월호 이후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장기자랑>외에도 <내 아이에게>(4월7~8일·성북마을극장), <바운더리>(4월23~26일·성북마을극장), <참담한 빛>(4월29일~5월3일·혜화동1번지), <용민지애정술 본풀이>(4월30일~5월3일·연우소극장), <기록의 기술>(5월7~10일·혜화동1번지), <아지트, 틴스>(5월15~17일·혜화동1번지), <시간 밖으로>(6월4~7일·연우소극장), <추락1>(6월17~21일·혜화동1번지), <나 하나 나 둘 나 셋 나 넷>(6월23~28일·삼일로창고극장)까지 10편이 차례로 막을 올린다.
<시간 밖으로>는 인권연극제팀, <바운더리>는 퀴어연극제팀이 만드는 등 여러 각도에서 세월호를 들여다보는 시도가 눈에 띈다. <나 하나 나 둘 나 셋 나 넷>은 관객이 배우로 참여도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아지트, 틴스>는 아이들에게 세월호가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작이다. 김진이 혜화동1번지 기획담당자는 “극장 4곳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다”며 “온라인 라이브 중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세월호 이야기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세월호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집중하는 작품이 많다.
연극 <내 아이에게> 중 한 장면. 혜화동 1번지 제공
수많은 영화가 끊임없이 조명해온 진상규명 촉구도 계속된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유령선>(감독 김지영)은 세월호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다. 2018년 개봉한 <그날, 바다>의 스핀오프 격인 이 작품은 새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의 불법 데이터 조작 회사가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세월호 관련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올해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부문 후보에 올랐던 세월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대중과 만난다. 이승준 감독은 29분짜리 영화를 50분 분량으로 늘린 감독판을 16일 <문화방송>(MBC)에서 선보인다.
음악으로 마음을 보듬는 시도도 있다. 세월호 추모곡을 발표한 바 있는 가수 조동희는 당일 오후 4시16분 제주도 출신 밴드 사우스카니발과 함께 아이들의 목적지였던 제주에서 추모 공연을 열고 유튜브 채널 ‘최소우주’로 생중계한다.
영화 <부재의 기억>의 한 장면. 이승준 감독 제공
세월호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창작자들은 “이제 그만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 시간에 갇혀 있기에 세월호 관련 작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연극 <장기자랑>에서 아이들은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해 유채꽃 향기를 맡는다. 준비한 장기자랑도 신나게 선보인다. 2014년 4월16일에 멈춘 아이들의 일상이 올해도 문화예술로 되살아나고 있다.
남지은 서정민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