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라는 필명을 가진 미술 전문기자 출신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와 작가 연구의 기반을 닦은 미술사가 이구열 선생이 30일 별세했다. 향년 88.
고인은 황해도 연백 출신 실향민이다. 1959년 <민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이래 1973년 <대한일보> 문화부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경향신문> <서울신문> <대한일보>에서 미술전문기자로 일했다. 1975년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세워 19세기 말 개화기 이래 미술사 관련 문헌과 자료의 조사·수집·정리 등을 하며 묻혔던 근대 미술사료의 발굴과 소개에 힘썼다.
국내 최초 양화가로 꼽히는 고희동과 뒤를 이은 김관호의 작품 실물을 일본에서 처음 발굴해 소개하고, 국내 첫 여성 양화가 나혜석을 조명한 것 등이 그의 중요 업적으로 꼽힌다. 2001년에는 수집한 사료 4만여 건을 삼성미술관에 기증해 이 미술관 산하 ‘한국미술기록보존소'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2015년에도 사료 4천여 건을 길 문화재단 가천박물관에 기증해 말년까지 국내 학계의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데 진력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예술의전당 전시사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한국미술전집>(1975), <한국근대회화선집>(1986-1990) 등 한국 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대형 전집류 출판물의 기획과 편집을 맡았다. 저서로 문화재학계의 필독서로 유명한 <한국문화재수난사>(1973)를 비롯해 <화단일경-이당 김은호 선생의 생애와 예술>(1968), <한국근대미술산고>(1972) 등이 있다. 유족으로 부인 김경희씨와 자녀 주형, 선아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일 오전 6시20분. (02)2227-750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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