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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간수업>의 발견 박주현 “극 중 10대의 세계, 너무도 현실 같았죠”

등록 2020-05-10 13:22수정 2020-05-19 08:10

데뷔 뒤 첫 주연작서 연기력 폭발
겉으론 부모 기대에 맞추는 척
범죄도 서슴없는 ‘규리’ 역 소화
학교폭력 여전한 불편한 현실
사회 문제 고민하며 연기 몰두
“연기자로서 많이 성장한 기회”

작품 소재 두고는 엇갈린 시선
민감한 청소년 성매매 드라마에
시청자도 혼란 겪으며 설왕설래
“합당한 처벌 받아야겠지만,
아이들에게 귀기울였으면” 당찬 당부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청소년 범죄를 날것 그대로 담았다.” “10대 범죄를 미화한다!” 지난 4월2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현실을 직시한 참신한 작품이라는 호평과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인간수업>은 앱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돈을 버는 고등학생 지수(김동희) 이야기다. 그는 ‘포주’와 다름없는 행위를 하면서 “나는 경호업자”라며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의 범죄를 알아챈 또래 규리(박주현)는 되레 동업을 제안하고, 민희(정다빈)는 남자친구의 선물을 사려고 그 앱을 통해 성매매를 한다. 김진민 피디는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호불호는 예상했다”며 “나쁜 사람에게 이유를 달아주거나 재미로 이용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신 차리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극단으로 나뉘지만, 의견이 갈림 없이 모이는 건 10대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 나머지 캐릭터에 몰입되어 그들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지수보다 한술 더 뜨는 ‘당찬’ 규리 역의 박주현(26)은 <인간수업>이 빛낸 신예다. 그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척’하며 억압된 삶을 살다가 지수를 만나 ‘탈출구’를 찾는 규리를 찰지게 소화해낸다. 박주현은 8일 오전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공개 이후 (재학 중인)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작품 인기를 실감했다”며 “약 3개월에 걸쳐 오디션을 봤는데 내가 규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수줍게 웃는 모습에서 규리는 온데간데없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2019년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아내의 침대>(티브이엔)로 데뷔해, 지난 4월 끝난 <반의 반>(티브이엔)에서 정해인의 첫사랑으로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 데뷔 1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에서 홈런을 친 것이 단지 “운”은 아니다. 그는 “<인간수업>은 매우 많은 고민과 공부를 통해 만든 작품”이라고 힘주었다. <인간수업>은 혼란을 겪고 있는 시청자 반응만큼이나 배우들에게도 어려운 작품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규리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넘어, “민감한 소재인데다가 범죄자 역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그는 “그래서 지금 이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했다. 신문 기사나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 등을 많이 찾아보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가 어쩌면 정말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제가 10대였을 때부터 벌어졌던 학교폭력이 여전하다는 것도 슬펐지만, 말로만 듣던 성범죄 사건들을 접하면서 드라마 속 얘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왜 이런 상황에 내몰린 걸까? 밤잠 못 자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한가지 확실해진 건 (미성년자이지만)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적인 대가를 안 받고 혹은 덜 받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많았다. 불편하겠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라 생각하고 작품을 통해 깊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인간수업>에서 지수와 규리의 범죄는 발각되지만, 그들의 이후 행보가 명확하지는 않다.

<반의 반> 속 박주현.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반의 반> 속 박주현.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제아’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인간수업>은 평범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더 큰 충격을 줬다. 지수는 소심한 모범생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우리 애들은 그럴 리가 없다”는 극 중 선생님(박혁권)처럼, 그럴 리 없다고 믿었던 사회는 엔(n)번방 사건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광경을 목도했다. 이 드라마는 엔번방 사건이 드러나기 이전에 기획됐다. 박주현은 “엔번방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어른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아이들의 세계에 귀 기울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간수업>은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10대들은 볼 수 없는 ‘19금’을 앞세웠다. 아이들의 세계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른들을 겨냥해 믿고 싶지 않은 10대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극 중 아이들의 행위에는 ‘부모 역할의 부재’가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깨치고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인간수업>의 특별한 대목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인간수업> 속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듯, 박주현도 수업의 시간이 됐다. “<인간수업>으로 연기자로서, 사회 일원으로서, 어른으로서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연예기획사 제안을 받는 등 끼가 넘쳤던 그는 고등학교 때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본 뒤 배우를 꿈꿨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어서 배우가 좋다”는 그는 <인간수업>을 통해 더 많은 인생을 살게 될 것 같다. “역할을 매력 있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걸크러시 같은 언니 역할도 하고 싶고, 운동도 좋아해서 액션물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두 눈동자가 규리처럼 반짝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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