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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경주 황복사터에서 인공연못 발견

등록 2020-05-28 17:47수정 2020-06-03 16:20

‘삼국유사’ 나오는 호화저택
‘금입택’과 관련된 듯
바닥서 목간과 자도 나와
황복사터 유적 현장. 앞에 보이는 탑이 유명한 황복사터 3층 석탑이다. 노형석 기자
황복사터 유적 현장. 앞에 보이는 탑이 유명한 황복사터 3층 석탑이다. 노형석 기자
‘금입택’(金入宅)은 역사서 <삼국유사>에서 신라 도읍인 경주의 절과 집 풍경을 묘사한 대목에 등장하는 단어다. 순우리말로는 금이 들어간 집인 ‘금드리댁’으로 풀이된다. <삼국유사>의 저자인 승려 일연은 초가가 없었다는 통일신라 전성기 경주 시내 귀족 집들과 불교사원의 화려한 장관을 서술하면서 1360방, 55리의 왕경 영역에 39채의 금입택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아직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금입택은 오늘날 학계에서 격자 회랑으로 구획된 대저택과 왕실사원 등의 고급 건물군이 정원 연못과 짝을 이룬 당대 경주의 호화스런 건축조경 양식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금입택’의 역사적 실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큰 연못 터가 경주시 구황동 낭산 기슭의 왕실 사원터인 황복사터 유적에서 발견됐다. 2017년부터 황복사터 유적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벌여온 성림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절터 동쪽 부근에서 200평 넘는 신라시대 대규모 인공 연못의 바닥과 호안 석축 세부를 확인했다. 또 바닥에서는 절을 뜻하는 ‘寺’(사)를 비롯해 10여개 글자가 쓰여진 목간 1점과 눈금이 새겨진 나무자(신라척) 등 목제유물들도 찾아냈다.

황복사 석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형 왕실 사원터 발굴 현장. 금당, 중문터 등이 있는 유적 동쪽(왼쪽)이 이번에 인공 연못의 세부가 확인된 영역이다.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황복사 석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형 왕실 사원터 발굴 현장. 금당, 중문터 등이 있는 유적 동쪽(왼쪽)이 이번에 인공 연못의 세부가 확인된 영역이다.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신라인이 만든 경주 인공 연못은 금입택과 관련한 정원 연못인 원지로 분류된다. 가장 유명한 안압지 원지를 비롯해 황룡사터에 3곳, 분황사터 원지, 용강동의 대형 연못인 원지, 노서동 소형 연못 등 7~8곳의 유적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연못은 신라 사찰과 고급 저택의 내부 조경 얼개를 알려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바닥에서 나온 목간은 폭 3㎝, 길이 20㎝ 되는 단독문서 형식으로, 위에서 아래까지 한 줄로 글자가 이어지다가 아랫부분에서 두 줄로 갈라진 독특한 문장 구성이 특징이다. 황복사 터가 조성된 7~8세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명확하지 않은 절의 창건·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담았을지 주목된다. 함께 나온 신라척은 당대 신라인들의 수리 측량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로 고대 토목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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