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사랑이어라>라는 ‘시사진집’을 낸 이순태 시인.
“섬에서 산다는 게 불편한 거는 많지만 그 때문에 얻어지는 것도 많아요. 편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게 아니더라구요.”
<살아보니 사랑이어라>라는 ‘시사진집’을 낸 이순태(70·전남 진도군 대마도보건진료소장) 시인은 18일 “어렸을 땐 시도 외우고 했는데 잊고 살다가, 섬에 오면서 시심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마도는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6개의 섬을 거쳐 1시간40분만에 닿는 남해의 외딴 섬이다. 하루 배 한편만 뜨는 이 섬 100여명 주민과 섬 풍경 등을 휴대전화로 직접 찍고 80여 편의 시와 함께 실어 시사진집’을 냈다.
그가 시인이 된 것도 어쩌면 바다와의 인연 때문이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대구에서 간호학교를 마치고 바다가 좋아 부산에서 직장을 잡았단다.
“산 중턱에 있어 남해바다가 쫙 보이는 메리놀병원을 보고 간호부장 수녀님께 ‘무조건 일하고 싶다’고 졸랐어요.”
이후 일했던 종합병원 두곳도 모두 바다를 낀 울산·포항에 있었다. 이후 산간 오지마을 보건진료소장으로 30년 동안 일하고 2007년 퇴직했다. “7~8년간 그림을 열심히 그렸어요. 그런데 문인화로 제 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이 시인은 외딴 섬을 선택했다. 2017년 대마도보건진료소장직(계약직)에 지원했다. ‘꿈 목록 1번’이 섬살이였을 정도로 간절했다. “주민분들한테 물때와 고기 이야기를 들었어요. 보건진료소에서 늘 만나는 분들의 삶도 어느새 속속들이 알 수 있었지요.” 마파람과 샛바람, 조피볼락과 해무를 알게 됐고, 무엇보다 ‘섬 할매’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밤 위급 상황에 대비하려고 집을 찾아다니며 마을지도를 그린 뒤 얼굴 사진을 찍어 붙였다. 대마도의 풍경과 삶, 할매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이순태 시인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보건진료소에서 일한다.
2018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그의 시엔 “스쳐 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가 건넬 수 있는 웅숭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아흔여섯 한 섬 할매의 마지막은 ‘요양원에서/바다가 몹시 그립다고 했더니/죽어야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나는 죽었습니다’라는 시로 기록됐다. ‘가을’이라는 시엔 “‘따끈한 마른 햇볕’으로 꾸덕꾸덕 몸을 말리는 생선을 통해 ‘아그들을 못내 보고자븐 홀어매’”의 자식 사랑이 스며 있다.
“요즘은 글이 잘 나와요. 사진도 글도 감이 잡힌 거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요.”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전라도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