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한혜연의 모습. 문화방송 제공
‘뒷광고 논란’이 한주를 달궜다. 뒷광고란 광고비를 받고도 받지 않은 것처럼 영상을 구성하거나, 구독자에게 광고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6일 구독자 260만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이 활동 초반 불거진 뒷광고 논란과 관련해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앞서 5일에는 아프리카티브이 비제이(BJ) 양팡도 뒷광고 사실을 고백했다. 햄지, 나름, 상윤쓰, 문복희까지 유명 유튜버들이 잇따라 ‘자수’하며 구독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7일에는 구독자 253만명을 보유한 도티가 이끄는 유튜버 양성 회사 샌드박스네트워크까지 “소속 유튜버들의 일부 영상에 유료 광고 관련 표기 문구가 누락되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 행렬의 맨 앞줄에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듀엣 가수 다비치의 강민경이 있다. 지난달 15일, 두 사람의 개인 유튜브 채널 <슈스스티브이(TV)>와 <강민경>에서 소개해온 다수의 상품이 돈을 받고 홍보하는 협찬품이란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폭주했다. 특히 한혜연은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고 홍보하면서 ‘내돈내산’(내가 돈 내고 내가 산)이라고 강조하며 구독자를 속여왔다. 두 사람이 뭇매를 맞자 유튜버들의 고해성사가 이어진 것이다. 방송인 이휘재의 부인인 문정원과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 기은세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 뒤늦게 ‘광고’라는 표시를 했다.
강민경과 한혜연 사태엔 방송의 책임도 크다. 홍보 창구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강민경은 <라디오스타>(문화방송)에 나와 “유튜브 수익은 다 기부하고 싶다”고 말해 ‘돈’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채널을 만들었음을 강조했다. 착한 일에 쓴다는 생각에 구독자들은 그의 채널을 더 많이 찾았다. 한혜연은 관찰예능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일리스트인 그를 대중이 알게 된 건 예능을 통해서다. 특히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에 자주 출연해 연예인과 다름없는 인지도를 쌓았다.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친한 연예인을 언니처럼 챙기는 따뜻함이 신뢰도를 높였다. 한혜연 채널을 구독한 한 40대 여성은 “방송을 보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그런 사람이 설마 협찬품을 숨기고 거짓말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 이미지를 수익 사업에 활용하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인플루언서가 ‘직업’인 소셜미디어 시대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영향력을 활용한 거짓말이다. 광고를 광고라 밝히지 않고 직접 구매해 써본 상품인 양 추천하는 건 ‘사기’다. 이런 사기는 소셜미디어에 넘쳐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상위 인플루언서 계정 60개의 광고성 게시글 582개를 분석한 결과,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고 속인 글이 408개나 됐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은 없다. 유튜버 전문 소속사도 생겨났지만 광고 집행 등 모든 부분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 들었다.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9월1일부터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유튜버 등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후기를 올릴 때 광고임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꼼수도 적발한다. 지금까지는 ‘더 보기’ 버튼을 눌러야만 확인 가능한 부분에 작은 글씨로 광고 정보를 기재하는 꼼수를 펴는 이들이 많았다. 샌드박스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 교육을 시행하고 관련 캠페인도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좀 개선이 될까?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은 유튜브를 포기하지 않는다. 한혜연은 “앞으로는 피피엘(PPL·간접광고)을 명확하게 표기하고 두번 다시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민경 채널의 구독자 수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 약 66만명에서 6일 현재 64만명으로, 한혜연 채널은 86만명에서 현재 78만명으로 줄었다. ‘구독 취소’를 누른 이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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