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근처 암반에 발자국을 남긴 1억여년 전의 수생 파충류 코리스토데라 복원도.
지난 2018년 6월 울산 울주 반구대 암각화(국보) 근처의 백악기층 암반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네 다리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이 1억여년 전 공룡시대를 살았던 파충류 ‘코리스토데라(Choristodera)’로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런 분석결과를 지난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었다고 4일 발표했다. 코리스토데라는 약 1억74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중기에 출현해 약 16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전기에 멸종한 파충류다. 물속과 물가에서 주로 살았다. 초기엔 비교적 작은 크기에 도마뱀을 닮은 모양이었고, 이후 좀 더 크고 긴 주둥이를 가진 악어와 비슷한 모양의 ‘네오코리스토데라(Neochoristodera)’가 갈라져 나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중생대 백악기 호숫가를 돌아다니는 코리스토데라의 생활상을 복원한 그림.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 화석의 3D 데이터 이미지들. 이 발자국 화석은 ‘울산의 새로운 발자국’을 뜻하는 라틴어인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로 명명됐다.
발자국 화석 발견 지점을 포함한 반구대 일대의 항공사진. a(에이)로 표기된 지점이 발자국 화석이 나온 곳이고, b(비)로 표기된 곳이 반구대 암각화다. 아래로 대곡천이 흐른다.
연구소 쪽은 “코리스토데라 발자국 화석이 확인된 것은 미국 콜로라도에 이어 세계 두 번째지만, 온전한 보행렬 흔적이 보존된 것은 유일한 사례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코리스토데라의 보행 특성과 행동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코리스토데라는 반구대 근처의 중생대 백악기(1억 3500만년 전~6500만년 전) 암반층에 앞발자국 9개, 뒷발자국 9개를 남겼다. 연구소가 낸 자료를 보면, 생존 당시 몸길이는 약 90∼100㎝로 추정된다. 앞발·뒷발의 발가락은 모두 5개로, 긴 꼬리도 갖고 있었다. 앞발자국은 평균 길이가 9.88㎝, 뒷발자국은 2.94㎝이다. 발자국 전체 형태를 살펴본 결과 악어처럼 반직립해 걸었음이 처음 밝혀졌고, 뒷발에 물갈퀴가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반구대에서 발견된 코리스토데라 발자국은 울산의 새로운 발자국이란 뜻을 담은 라틴어인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로 명명됐다.
연구소 쪽은 “반구대 일대가 빼어난 암각화 유산 외에도 중생대 공룡과 수생 파충류의 화석 같은 세계적인 자연사 유산이 공존해온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발자국 연구성과를 갈무리해 내년에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