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대성동 76호분 출토 수정·마노 목걸이.
철과 더불어 유리를 가공해 뛰어난 공예품을 만들었던 옛 가야 장인의 기술력과 예술혼을 보여주는 1600여년 전 유리 목걸이가 국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경남 김해 대성동 76호분과 양동리 270호분, 322호분에서 각각 출토된 유리 세공 목걸이 3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가야의 금동관이나 상형토기, 철제 갑옷 등은 이미 국가지정문화재가 됐지만, 목걸이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것은 첫 사례다. 중국의 고대 역사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구슬을 보배로 삼아 장식했지만, 금‧은‧비단은 진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가야 소국은 뛰어난 유리 가공술을 활용한 특유의 장신구, 공예품으로 유명했다. 지정 예고된 작품들은 김해지역 금관가야의 지배층이 애용했던 것들로, 가야 유리 제품의 역사적 명성을 뒷받침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우선 양동리 322호분 출토 목걸이는 가야 구슬 목걸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명품이다. 육각형 혹은 곡옥으로 다듬은 수정과 붉은빛 마노 환옥, 파란 유리 환옥 등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유리와 보석류 574점을 촘촘히 꿰어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양동리 270호분 출토 목걸이의 경우 다면체, 주판알, 곡옥 등 다채로운 형태의 수정알 146점으로 짜인 것이 특징이다. 수정 목걸이는 3~4세기 가야에서 지배계층의 장신구로 애용된 귀중품으로 출토사례는 많지만, 이 작품처럼 100여점 이상의 수정알로만 구성한 사례는 드물다.
대성동 고분 출토 목걸이는 모래알만 한 크기의 코발트 빛 유리 구슬 2000여개를 꿰어 구슬 끈을 만들고 알 모양으로 깎은 수정 구슬 10점과 주황색 마노(瑪瑙) 구슬 77점을 치장해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양동리 322호분 목걸이의 파란 곡옥과 주황 마노 구슬을 확대한 모습.
문화재청은 “지정 예고된 목걸이 3건은 금관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목걸이 중 많은 수량의 구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희귀한 사례”라며 “지배계층의 권위를 장신구를 통해 과시했음을 실증하고, 수정이나 유리구슬을 선호한 당대 가야인의 생활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