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왕년의 ‘책받침 스타’ 그후 30년…다시 만난 그들은 ‘더 청춘’

등록 2020-09-18 05:00수정 2020-09-18 11:34

[‘청춘기록’서 엄마 역할로 만난 신애라·하희라]
하희라-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예요’로 인기몰이
신애라-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덤

91년 ‘사랑이 뭐길래’서 자매로 호흡한 두 배우
29년만에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 재회 화제

함께 나이든 시청자들 “세월 참 빠르다”
”새로운 역할 도전하는 그들 여전한 청춘”
드라마 <청춘기록>에 출연한 신애라와 하희라.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 <청춘기록>에 출연한 신애라와 하희라. 티브이엔 제공

‘다시 청춘이 된 듯 설렌다.’

7일 시작한 월화드라마 <청춘기록>(티브이엔)은 주인공 또래인 20대 시청자뿐 아니라 그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호응도가 높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티엔엠에스 집계 자료를 보면, 이 드라마의 첫 방송 주요 시청층은 40대 여성이었는데 2회에선 전날에 견줘 30대 남자 시청자가 대폭 늘었다.

좌절을 반복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내달리는 사혜준(박보검)의 모습이 20대 시절의 나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20대가 아니어도 꿈을 갖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청춘”이라고 다독이며 힘을 준다. 하명희 작가는 <티브이엔>을 통해 “숫자가 아닌 삶에 대한 열정, 열려 있는 사고가 청춘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혜준의 할아버지인 71살 사민기(한진희)를 등장시켜 젊은 시절 못다 이룬 가수의 꿈 대신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룬다. 20대를 그리워만 할 게 아니라 지금 무엇이라도 하라는 게 이 드라마가 청춘을 다루는 방식이다.

20대 청춘의 이야기 &lt;청춘기록&gt;. 티브이엔 제공
20대 청춘의 이야기 <청춘기록>. 티브이엔 제공

<청춘기록>이 청춘을 기록하는 남다른 방법은 또 있다. 시청자와 함께 긴 세월을 살아온 이들을 보여주며 드라마지만 현실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바로 사혜준의 엄마 한애숙과 원해효(변우석)의 엄마 김이영으로 하희라와 신애라를 출연시킨 것이다. 실제 나이 올해 51살인 두 사람이 연기하는 한애숙과 김이영은 각각 50살과 52살이다. 10대 시절, 하희라와 신애라의 사진이 담긴 책받침을 갖고 다니던 시청자들은 한 드라마에서 20대 아들을 둔 엄마로 함께 나오는 옛 ‘하이틴 스타’를 보며 “세월 참 빠르다”고 한탄하고, 그들에게 설렜던 꽃다운 시절의 자신을 더불어 추억한다.

20대였던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자매로 호흡을 맞춘 이후 29년 만에 만난 두 사람도 시청자와 같은 심정이다. 신애라는 <티브이엔>을 통해 “그야말로 청춘에 만나 함께 연기하고, 약 30년이 지나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며 “세월의 흐름에 좋은 친구를 잠시 놓치고 살았는데, 이번 재회를 통해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하희라도 <티브이엔>을 통해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등장 자체가 청춘의 기억을 소환해서일까? 보통의 드라마에선 주인공 엄마끼리 만날 일이 별로 없는 것과 달리, <청춘기록>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는 설정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다. <청춘기록>에서 한애숙과 김이영은 상반된 삶을 산다. 한애숙은 김이영의 집안일을 해주고, 의류수거함에 버린 옷을 가져다 입는다. 돈이 없어 배우를 꿈꾸는 아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 하지만, 똑 부러지며 꼿꼿하게 산다. 김이영은 대학 겸임교수이자 대학 이사장의 아내다. 명품 옷과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치장하고 아들을 톱스타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한다. 특히 1회에서 한애숙이 김이영의 가사도우미로 일하지만 자존심 굽히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등 말씨름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하희라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한애숙은 굉장히 멋있는 여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꼿꼿하게 사는 한애숙을 통해 많은 위로와 힐링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드라마 &lt;사랑의 뭐길래&gt;에 함께 나온 신애라와 하희라. 한겨레 자료사진
1991년 드라마 <사랑의 뭐길래>에 함께 나온 신애라와 하희라. 한겨레 자료사진

<청춘기록>에서는 극과 극의 삶을 살지만 실제로 두 배우는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하희라는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해, 1988년 드라마 <하늘아 하늘아>의 혜경궁 홍씨, 1990년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너에게로 또다시>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주로 순수하고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었다. 남편인 최수종과 1988년 영화 <풀잎사랑>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신애라도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얼굴을 알린 뒤,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이 드라마에서 지금의 남편인 차인표를 만났다.

시청자들은 마음속 연인이던 그들이 억척스러운, 또는 철없는 엄마로 등장하는 게 때론 슬프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책받침이 보물 1호였다는 한 중년 남성 팬은 “각각 엄마 역할로 나올 때는 못 느꼈지만 함께 나란히 서니 <사랑이 뭐길래>가 떠오르며 세월의 변화가 더 깊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인 모습에 나를 투영하며 힘을 받는다고도 했다. 하이틴 스타 시절 캔디, 청순가련형 등 비슷비슷한 이미지가 부각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바로 ‘청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영화 &lt;있잖아요 비밀이예요&gt; 속 하희라.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예요> 속 하희라. 한겨레 자료사진

1994년 &lt;사랑을 그대 품안에&gt; 속 신애라. 한겨레 자료사진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 속 신애라. 한겨레 자료사진

“청춘은 사계절인 것 같다. 따뜻한 봄날도 있고, 정열적인 여름도 있고, 왠지 씁쓸함을 느끼는 가을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도 있지만 결국 다시 봄이 돌아오는 것처럼 사계절을 다 통과하면서 청춘이 더욱더 청춘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희라) “이제는 비중과 관계없이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진짜 연기를 시작하는 것 같다. 청춘이란 실패도 경험이 되는 가능성이다.”(신애라) <청춘기록>에서 청춘(사혜준·원해효)의 곁에 서서 힘이 되어주는 두 사람은 그들과 함께 청춘을 보낸 시청자에게도 힘을 주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