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극장>을 연출했던 안판석 피디는 과거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단막극은 피디가 자본 등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 손현주는 “단막극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단막극을 예찬하지만, 광고가 안 붙는 등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방송사는 애물단지 취급을 해왔다. 지상파에 남아 있는 단막극은 <드라마 스페셜>(한국방송2)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2018년 이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다.
2015년부터는 아예 고정 편성 시간대를 없앴고, 2015년 15편, 2016년부터는 매년 10편씩만 내보낸다. 2014년 <간서치열전>을 웹드라마로 선보이는 등 단막극 팀도 수익을 내려 애써왔지만, 방송사의 사랑을 받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언젠간 다시 고정 시간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스페셜> 팀이 올해도 10편을 들고 찾아왔다. 1·2·4·6편은 11월7일부터 토요일 밤 10시30분, 3·5·7~10편은 11월19일부터 목요일 밤 10시40분에 선보인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모던 걸’이 되려는 여성의 성장기를 다룬 <모단걸>(연출 홍은미·극본 나미진, 7일), 삶의 결핍을 채우려 잘못된 관계에 빠져드는 두 남녀(윤세아, 지승현) 이야기 <크레바스>(연출 유관모·극본 여명재, 14일), 학교폭력 가해자(문유강)를 동료로 만난 기간제 교사(김대건)의 사연을 담은 <나의 가해자에게>(연출 나수지·극본 강한, 19일), 장류진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고원희·오민석 주연의 <일의 기쁨과 슬픔>(연출 최상열·극본 최자원, 21일)이 먼저 찾아온다.
연애가 두려운 사진작가(신현수)가 첫사랑(고민시)을 만나는 <고백하지 않는 이유>(연출 홍은미·극본 윤경아, 26일), 이한위가 나오는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연출 박기현·극본 박광연, 28일), 장사의 달인(손숙)과 어수룩한 과일장수(정웅인)의 우정을 그린 <나들이>(연출 유관모·극본 여명재, 12월3일), 헤어진 연인(김보라, 동하)의 기묘한 동거 <도둑잠>(연출 최상열·극본 박광연, 10일), 이상엽과 이유영이 출연하는 계약 우정을 다룬 <연애의 흔적>(연출 유영은·극본 정현, 17일), 1억원이 든 돈 가방을 쥐게 된 공시생 이야기 <원나잇>(연출 이호·극본 임지은, 24일)이 준비 중이다.
윤석진 평론가는 “단막극은 수익이 아닌 미니시리즈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10편 중 올해는 어떤 작품이 화제작이 될까.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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