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띄어 앉기’를 시행했던 지난 11월 초 씨지브이(CGV) 극장 내부 모습. 씨지브이 제공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영화계와 공연계는 또다시 울상이다. 1단계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19일부터 1.5단계로 격상되면서 다시 ‘좌석 띄어 앉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과 2주 만에 코로나 확산 사태가 ‘되돌이표’를 그리면서 문화계에서는 “길기만 한 터널인 줄 알았더니 출구 없는 동굴에 갇힌 느낌”이라는 한탄이 쏟아진다.
극장업계는 5단계로 세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난 7일부터 ‘좌석 띄어 앉기’를 해제했지만, 12일 만에 띄어 앉기에 맞게 예매 시스템을 변경했다. 씨지브이(CGV)는 19일부터 좌석을 ‘1-2-3-2-1’ 단위로 예약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일행끼리만 붙어 앉을 수 있도록 한 1.5단계 지침에 따라 3명까지는 함께 앉을 수 있지만, 4명이 올 경우엔 3+1로 예매를 해야 하는 셈이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2-1-2-1’ 시스템으로 일행 2명까지만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했다. 1.5단계 격상이 이틀 전인 17일에 고지됨에 따라 이미 예매된 좌석의 경우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재예매를 안내하고 수작업을 통해 좌석을 조정하기도 했다. 씨지브이 쪽은 “21일 예정된 <안티고네> 시네마톡 행사는 예매가 꽉 찼는데, 띄어 앉기를 하기 위해 좌석 수가 훨씬 더 많은 큰 관으로 행사를 옮긴다는 문자 안내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극장업계에서는 이번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147만명), <도굴>(109만명)에 이어 <내가 죽던 날> 등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그나마 살아나고 있던 ‘관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내부 자료를 보면, 거리두기를 해제한 7~17일 사이 관객이 약 10% 늘어났다. <삼진…> <도굴> 등 무대인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관객의 관심이 돌아오고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띄어 앉기를 적용하면 좌석 가용률이 65~70%에 그친다. 무엇보다 극장에 안 가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겨냥해 개봉 시점을 저울질하던 기대작들도 다시 관망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이엔엠(CJENM)은 제작비 100억원 이상 대작인 <서복> <영웅>의 개봉 시점을 다시 고민 중이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영화계 전체를 봤을 때, 상황이 어렵다 해도 <서복>은 12월 중 개봉을 해야 할 듯하고, <영웅>은 내년으로 개봉을 연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일본 영화 리메이크작 <조제>도 12월 개봉을 하되, 시점을 1~2주 늦추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에 따라 롯데시네마 예매 사이트에서 적용 중인 띄어 앉기. 롯데시네마 누리집 갈무리
공연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24일 공연부터 예매를 전체 취소하고 ‘다른 일행 간 좌석 띄어 앉기’로 재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19~22일 공연은 시간이 촉박해 점유율에 따라 티켓 추가 판매를 막고 밀집도를 조율 중이다.
17일 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작사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쪽은 “11월24일부터 12월6일까지 기존 예매자들의 티켓을 일괄 취소하고 거리두기 좌석제로 다시 예매를 시작한다. 19~22일 공연은 추가 티켓 판매를 중지해 밀집도를 낮추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팬데믹을 뚫고 내한해 공연계 활기를 불어넣었던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비슷한 상황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11월24일~12월6일 예매 티켓을 전체 취소한 뒤 11월19일 좌석 띄어 앉기로 재오픈한 상태다.
공연계는 반복되는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라 이미 혼란을 줄이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뮤지컬 <고스트>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상황이 계속 달라지니 예매를 이번주 공연까지만 오픈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라 혼란을 줄이기 위해 2주 단위의 순차적 예매 오픈을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공연장 특성상 거리두기의 실효성이 있는지를 재고한 뒤 세부적인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 중에는 말도 못 하고, 음료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일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분야별 특성에 맞는 세부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 제작사 대표는 “띄어 앉기로 표를 팔면 매진이 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 중소형 작품들은 차라리 작품을 올리지 않는 게 나은 경우도 많다”며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함에 따라 정부 당국이 긴 안목에서 공연계를 위한 맞춤형 지침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선희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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