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화단의 원로이자 예술원 회원인 산정 서세옥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숙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
고인은 1929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50~1960년대 이 땅의 전통 회화를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의 기반을 정립한 선구자로 꼽힌다.
고 서세옥 교수는 1960년 서울대 미대 출신 작가들과 함께 묵림회(墨林會) 결성을 이끌면서 먹의 발묵과 선염 등 추상적 효과를 강조한 현대적 작업을 선보이면서 고답적인 전통 화풍을 혁신하는 데 기여했다. 1970년대부터는 몇 개의 선만으로 직립하거나 움직이는 사람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그린 ‘인간’ 시리즈를 내놓으며 인문적인 성찰과 조형적 탐구가 결합한 특유의 도상을 정립했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 회화에서 보이는 소재를 단순하게 축약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화풍은 추사 김정희가 추구했던 글씨와 그림이 융합되는 세계로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9년 1회 국전 국무총리상, 1970년 국전초대작가상, 2007년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고 2012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990년대 이래 서구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한옥과 교복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시각문화적 정체성을 형상화한 설치미술 작업으로 두각을 드러낸 서도호 작가가 고인의 아들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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