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한류 전문 매체가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옛 카카오엠)의 갈등을 다룬 기사. 에스엔에스 갈무리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도 아이유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옛 카카오엠)가 유통하는 국내 가수 음원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음원 공급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두 회사가 손을 잡고 합의한 모양새지만, 그 이면에는 복합한 이해득실이 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발단은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한국 상륙이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포티파이의 당면 과제는 카카오엔터 유통 음원 확보였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가온차트 연간 400위권 음원 가운데 37.5%를 유통한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로, 아이유, 지코, 화사, (여자)아이들, 몬스타엑스, 에이핑크, 임영웅 등 인기 가수 음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팝보다 가요를 선호하는 국내 이용자를 사로잡으려면 이들 음원 확보가 필수다. 스포티파이가 카카오엔터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음원을 유통하는 가수 아이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그 배경에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멜론은 카카오엔터의 모회사인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한 멜론이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엔터는 2016년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 당시 음원 공급 계약을 맺지 않았고, 애플뮤직은 지금까지도 고전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카카오엔터에 제시한 조건이 국내 다른 음원 서비스에 견줘 열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2일 카카오엔터 음원 없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스포티파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현재 0.5%에 그친다.
급기야 지난 1일 이후 두 회사의 갈등이 전세계로 번지기 시작했다. 170개국 3억4500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스포티파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카카오엔터의 음원이 모두 제외된 것이다. 이전까지 국외 스포티파이에서는 카카오엔터 음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된 건 두 회사의 계약이 2월28일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것일 뿐, 한국 음원 협상 실패에 대한 보복 조처라는 일각의 추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선 스포티파이가 막강한 글로벌 영향력을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옛 카카오엠)의 갈등으로 좋아하는 케이팝을 못 듣게 된 팬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 트위터 갈무리
그러자 전세계 케이팝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반발했다. 케이팝 팬들이 많이 활동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는 ‘#SpotifyKakaoM’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스포티파이에 케이팝을 돌려달라”는 요구였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트위터에서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의 협상 결렬 탓에 우리 뜻과 무관하게 에픽하이 새 앨범의 글로벌 서비스가 중단됐다. 누구 잘못인지를 떠나,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왜 항상 아티스트와 팬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현아, 제시 등 카카오엔터를 통해 음원을 유통했던 일부 가수는 아예 유통사를 갈아타기도 했다. 꼭 여론 압박이 아니어도 스포티파이의 막대한 글로벌 시장에서 제외되는 건 카카오엔터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두 회사는 11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스포티파이 서비스에서 카카오엔터 음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엔터는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들은 물론 이번 스포티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전세계 음악 팬들이 우리 아티스트를 만나고, 케이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청취자에게도 카카오엔터 음원과 함께 7천만곡 이상의 트랙 및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 음원 서비스는 12일부터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재개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음원을 유통하는 그룹 몬스타엑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로써 스포티파이는 카카오엔터 음원을 확보하려는 애초 목적을 달성했다. 카카오엔터 또한 처음보다 나아진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윈윈’처럼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엔터가 입은 이미지 손상은 무시할 수 없다. 힘 과시에 성공한 스포티파이의 앞날 역시 비단길만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아이유 등 인기 음원을 확보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국내에서 제외한데다, 월 이용료가 8천~9천원 안팎인 국내 서비스보다 비싼 1만900원이어서 이용자의 불만이 높다. 스포티파이의 진짜 성적표는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종료하는 6월30일 이후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