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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주현미 ‘재즈는 나에게 운명일까요?’

등록 2021-06-09 04:59수정 2021-06-09 08:39

첫 재즈 앨범 내는 가수 주현미
프로듀싱 맡은 재즈음악가 필윤
11일 첫 재즈 싱글 ‘Winds from Cuba’ 발표
내달엔 히트곡 ‘비 내리는 영동교’ 재즈 버전도
가수 주현미와 재즈 뮤지션 필윤이 7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주현미와 재즈 뮤지션 필윤이 7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력적인 쿠바 음악에서 뿜어져 나오는 리듬·화성·멜로디로 ‘뜨거운 여름’(Hot Summer)의 정열과 낭만을 ‘멋지게’(Cool) 표현했죠.”

7일 오후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주현미는 자신의 첫 재즈 싱글을 이렇게 소개했다. ‘트로트’가수 주현미가 ‘재즈 디바’에 도전하는 첫 싱글 ‘윈즈 프롬 쿠바’(Winds from Cuba)’를 11일 선보인다.

노래 제목이 흥미롭다. 이 곡을 프로듀싱한 재즈 음악가 필윤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학사 논문 주제가 헤밍웨이 작품이었습니다. 모히토를 마시며 쿠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향한 오마주를 담았죠.”

주현미의 첫 재즈 싱글 ‘윈즈 프롬 쿠바’(Winds from Cuba) 표지. CC엔터테인먼트 제공
주현미의 첫 재즈 싱글 ‘윈즈 프롬 쿠바’(Winds from Cuba) 표지. CC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사람의 ‘재즈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필윤의 설명. “5년 전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같이 하게 됐어요. 방방곡곡 사업은 문화 소외지역에서 다양한 공연 활동을 펼치는 건데요, 재즈 공연을 보기 힘든 지역 주민을 위해 주현미 선배님 노래를 재즈로 편곡해 공연하면서 잘 알게 됐죠.”

그러다 필윤이 지난해 초 재즈 음반을 내자고 제안했다. 주현미는 부담스러워했다. “처음엔 망설였죠. 재즈는 그림으로 치면 추상화 같은 거잖아요.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게 추상화거든요. 전 재즈 스캣(가사 없이 음을 흥얼거리는 창법)도 모를 정도였죠. 리듬도 다르고, 정서도 다르고, 모든 게 새로운데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했죠. 필윤씨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어요. 일회성 공연에서 더 나아가 음반으로 제작하고 재즈 장르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앨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주현미 데뷔 35주년을 기념한 20집 앨범을 준비한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음반 제작에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번에 첫 싱글이 나온 것이다.

필윤의 얘기다. “재즈가 쉬운 건 아니니까 아무리 주현미 선배님이라 해도 처음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앨범 작업을 하면서 주현미 선생님의 변화에 깜짝 놀랐어요. ‘역시 주현미’였습니다. 재즈는 무엇보다 열정인데요, 그 열정이 가면 갈수록 노래에 묻어 나오더군요.”

두 사람은 여러 장르의 노래를 넘나들며 활동한 공통점이 있었다. 주현미는 1981년 제2회 ‘엠비시(MBC)강변가요제’에서 중앙대 약대 밴드인 진생라딕스(인삼뿌리의 학명) 보컬로 나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록발라드 ‘이 바다 이 겨울 위에서’를 불렀다.

청바지 차림의 가수 주현미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청바지 차림의 가수 주현미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초중고를 화교학교에서 마쳐서 대학에 들어간 뒤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결국 1학년 때 유급되어 여름방학 때 계절 학기를 들었죠. 수업이 끝난 뒤 학교 실험실 쪽에서 음악 소리가 나서 가보니 약대 밴드가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몇번 듣다 보니 멜로디가 귀에 익어 흥얼거렸죠. 그때 거기 있던 선배들이 보컬로 함께 출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죠.”

그러다 운명처럼 ‘쌍쌍파티’로 트로트 가수가 된다. “서울 중구에서 ‘한울약국’을 운영했는데, 약국 영업이 잘 안됐어요. 너무나 암담했던 그때, 어렸을 적 기념 음반을 냈던 작곡가 정종택 선생님이 연락을 주셔서 ‘데모 테이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하셨죠. 원래 ‘쌍쌍파티’는 조미미 선배님께서 녹음하기로 돼 있었는데 가창료를 지급하지 않아, 제가 대타로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그게 대박이 난 거죠.”

트로트 가수였지만 주현미는 많은 후배 가수와 여러 장르에서 협업을 했다. 2007년 ‘짝사랑’을 록 버전으로 편곡한 윤하와의 무대를 시작으로, 2008년 조PD와 함께한 ‘사랑한다’, 2009년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한 ‘짜라짜짜’에서 주현미는 트로트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행보를 보여왔다.

“저는 ‘운명’이라는 게 있다고 봐요. 학교 동창들은 저를 존재감 없는 아이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애가 가수가 되다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 ‘가수는 내 운명이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재즈도 그럴까요.(웃음)”

가수 주현미가 2020년 10월18일 열린 태화강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주현미가 2020년 10월18일 열린 태화강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필윤 역시 헤비메탈, 팝을 거쳐 재즈 음악가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한국에서 대학교 다닐 때는 헤비메탈 밴드 이데아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했죠. 그러다 군대에 갔고, 제대한 뒤에는 버클리음대 유학을 준비했어요. 그때 ‘도시아이들’ 김창남 선배님이 저한테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김창남 선배님이 ‘김창남과 도시로’라는 새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 밴드에 합류하게 됐죠. 그때 나온 노래가 ‘선녀와 나무꾼’이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죠.”

사실 주현미와 필윤은 ‘운명’처럼 스치듯 만났다. 1990년 <한국방송>(KBS)에서 방송한 <신혼은 아름다워>에서였다. 신혼부부를 제주도로 초대해 게임과 장기자랑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잠깐만’ ‘또 만났네요’를 히트시킨 주현미는 초대 가수로 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고, 필윤 역시 김창남 밴드 일원으로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다. 이때만 해도 두 사람은 재즈를 연결고리로 함께 음악을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재즈 뮤지션 필윤이 2018년 9월11일 열린 대구국제재즈축제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필윤 제공
재즈 뮤지션 필윤이 2018년 9월11일 열린 대구국제재즈축제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필윤 제공

주현미와 필윤은 이날 인터뷰를 하다 처음으로 각자 김창남과의 인연을 알게 됐다. 김창남은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추억을 남겼다. 필윤의 추억. “버클리를 졸업한 뒤 뉴욕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을 때 창남이 형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빨리 귀국해서 형과 함께 음악 하자.’ 그게 마지막이었죠.”

주현미의 추억. “남편(‘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임동신)이 김창남 선배님에게 노래 두 곡을 의뢰했어요. 처음에 받은 게 ‘등대섬의 추억’이었는데, 참 좋았어요. 나머지 한 곡은 못 받았어요. 세상을 떠나시기 전 나머지 한 곡을 받아 부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죠.”

가수 주현미가 첫 재즈 싱글 제작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주현미가 첫 재즈 싱글 제작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계획은 어떨까? 필윤의 얘기다. “주현미 재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매달 한 곡씩 재즈 노래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1차로 4곡을 준비했고요. 이후 두번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매달 한 곡씩 재즈 4곡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모두 8곡이 완성되면 정식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첫 싱글 ‘윈즈 프롬 쿠바’ 발표 이후엔 ‘비 내리는 영동교’ ‘울면서 후회하네’ 등 주현미 인기곡을 재즈로 편곡한 곡과 ‘흐린 비’ 등 필윤이 직접 만든 곡을 번갈아 가며 선보인다. 주현미의 얘기다. “다음달 9일 발표하는 ‘비 내리는 영동교’에 나오는 트럼펫 솔로가 너무 좋아요. 그 소리에 울었어요. 재즈는 악기들이 감정을 잡아주는 게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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