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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한국방송PD상 중계방송의 어이없는 지역차별

등록 2006-03-15 22:51

이야기TV
지난 1일 제18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시상식이 열렸다. 2005년 한해동안 방송 발전에 기여한 방송인을 선정해 격려하는 자리였다. 방송프로듀서상은 다른 상과 달리 피디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평가해 선정하기에 방송 피디들에게는 그 어떤 상보다 가치있고 영예로운 상이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올해의 피디상’ 후보에 한국방송 <불멸의 이순신>을 제작한 이성주 피디와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최승호·한학수 피디, 에스비에스 <토지>의 이종한 피디 등 쟁쟁한 인물들이 올라 경합을 벌인 것을 비롯해 수상작들이 여느 해보다 출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수많은 수상자 가운데서 기자에게는 지역작품상 부문의 피디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안동문화방송 한국전쟁 55주년 특집 다큐 <최초 공개, 산성리 폭격의 진실>의 강병규 피디와, 대구문화방송 광복 60주년 특별기획 다큐 <소리없는 전쟁, 문화재 반환>의 김형출·백운국 피디였다. 서울에 견줘 열악한 제작 여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그들의 수상은 그 누구보다 값져 보였다.

이들 역시 다른 수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어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프로그램의 의미와, 뒤에서 도와준 스태프와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자랑스런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다음날 녹화중계된 시상식 방송은 이들에게, 아니 많은 지방 피디들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싶다. 2일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방송된 시상식 프로그램에서 지역방송 부문 수상 장면만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진행자 부문, 출연자 부문 수상 연예인 수십명의 소감은 모두 방송됐고, 노래 두 곡을 부른 가수 이효리의 축하 공연도 전혀 잘리지 않았다.

방송을 보면서, 집이나 직장에서 뿌듯한 마음으로 시상식 방송을 지켜보다 당혹감과 열패감으로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야 했을 지방 수상자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2시간 가량 진행된 시상식을 1시간30분으로 줄여 방송하려면 내용을 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껏해야 3, 4분이면 되는 지역방송 부문 수상 장면을 잘라야 했을까? 이렇게 편집한 이유는 시상식 사회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피디를 가장 괴롭히는 시청률 때문이었을 성 싶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유명가수의 공연이나 연예인들의 수상소감을 자르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그것도 지방의 피디 수상장면을 자르는 게 시청률 면에서도 훨씬 낫고 수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 지방 방송사 피디는 “동료의 수상 장면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나오지 않아 처음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모멸감과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비록 사소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방송사 제작진들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지방을 하위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는 듯해 마음이 씁쓸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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