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프로 대신, 스페인 춤 대결·독일 액션시리즈 등 인기
미국과 일본이 점령했던 위성, 케이블 채널에 유럽 프로그램들이 다국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동아 티브이는 스페인에서 제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스댄스〉(사진·금 밤 11시30분)를 지난 3월17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배우, 가수 등 8명의 스페인 스타들이 매회 댄스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서로를 험담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미국식 서바이벌과는 달리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경쾌했다는 평가다. 동아티브이 홍보팀 정미경씨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언어가 생소해 거슬린다는 의견도 있지만, 스페인 느낌의 현란한 춤과 노래가 즐겁다는 반응도 있다”며 “실험적이었는데, 이런 반응이라면 시즌2의 방영도 고려할만 하다”고 밝혔다.
채널엠에서 방영하는 과학수사시리즈 〈크라임 에비던스〉는 메이드인 이탈리아다. 잘 짜여진 구성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예상외의 호평을 받았다. 채널엠 쪽은 자체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결과에 힘입어 여름방학 겨냥해 6월 말경 1회부터 다시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엔티브이도 지난 4월 종영한 독일의 액션시리즈 〈미녀삼총사〉를 올 6월께 다시 한번 방영하기로 했다. 시엔티브이에서는 〈아우토반 캅〉 〈퓨마〉 〈트리플캅〉의 독일 프로그램과 캐나다의 〈여탐정 포티어〉 〈렉스〉, 호주의 〈비스트마스터〉 등 여러 나라의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신선하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는 미국이나 아시아권의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식상해있던 시청자들이 다른 분위기를 찾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차별화된 컨텐츠로 채널 이미지를 심고 싶어하는 케이블 채널 입장에서도 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국적만 바뀌었을 뿐 미국 프로그램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오는 경우도 많다. 방영되는 유럽 프로그램 대부분 특정 장르에만 국한됐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식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언어와 정서의 어색함을 시각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비슷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찾는 추세다. 채널엠 쪽에서는 “전개가 느린 드라마나 웃음코드가 다른 코미디는 정서가 맞지 않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엔티비 쪽에서도 “헐리우드 영화처럼 액션이나 판타지가 결합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시엔티비가 지난 2004년 방영한 아르헨티나의 드라마 시리즈 〈줄리아〉는 자국 시청률 50%의 인기 드라마지만, 한국에선 반응이 좋지 않아 조기종영 됐다.
세계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우리 정서에 맞는 다양한 나라의 프로그램들이 계속 인기를 얻는다면 브라운관의 문화적 획일화를 비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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