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현대인에 대한 세밀한 풍경화
하나 그리고 둘(K1 밤 12시30분)=2000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연출작. 173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에 마치 일일 드라마처럼 한 중산층 가족 구성원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고 각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드라마가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작은 규모의 사업을 하는 엔제이는 처남 결혼식에서 오랫동안 잊었던 첫사랑을 만난다. 이 결혼식은 난봉꾼이었던 처남의 옛애인이 쳐들어오면서 쑥대밭이 되고 장모는 쓰러지며 아내는 심란한 마음에 집을 떠난다. 엔제이의 사업이 위기에 처하고 첫사랑과 조심스러운 만남을 시작할 때 고등학생인 큰딸은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하다가 혹독한 첫사랑의 진통을 겪는다.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막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뒷모습, 연기와 모기 같은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진찍는다. 영화는 누구나 공기처럼 마시고 사는 현대인의 쓸쓸한 마음의 풍경을 현미경으로 응시하듯이 놀랄 만큼 정교하게 잡아낸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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