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사랑·유치한 감정 예리하게 포착
생활의 발견(K1 밤 0시30분)=홍상수 감독의 2002년 연출작. 구질구질한 일상과 사람들의 유치한 근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시선은 여전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좀 더 느슨하게 웃을 수 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별볼일없는 배우 경수(김상경)는 영화 출연 계획이 무산되자 춘천에 사는 선배를 찾아간다. 거기서 선배가 소개한 무용가 명숙(예지원)과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다. 그 뒤 사랑한다며 주책스럽게 매달리는 명숙이 부담스러운데다 명숙이 선배의 애인이었다는 걸 알고 경수는 내빼듯이 춘천을 떠난다. 그런데 기차 옆자리에서 처음 만난 선영(추상미)이 호감을 보이자 경수는 또 충동적으로 선영을 따라 경주까지 따라가게 되고 명숙과 보냈던 시간과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지가 뒤바뀌어 경수가 선영에게 사랑한다며 매달리고 선영 집 주변을 맴돈다.
영화의 주제어는 ‘모방’으로 명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같이 있던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따라한다.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약간 쓸쓸하다. 19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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