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수지망생 판돈 가로채기
피도 눈물도 없이(S 밤 1시5분)=2000년 옴니버스식 장편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말 그대로 혜성같이 나타난 류승완 감독이 충무로 신고식을 한 두번째 연출작. 2002년 개봉한 이 영화는 거칠고 어두운 범죄와 폭력의 세계에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택시 운전기사인 경선(이혜영)은 범죄 세계에 몸담았던 전력을 털고 착실하게 살아보려고 하지만 조폭의 빚 독촉에 시달리느라 삶이 고되다. 가수 지망생인 수진(전도연)은 불법 투견장 사업을 하는 전직 복서 독불(정재영)과 동거하면서 매일 얻어터지고 산다. 수진의 차가 경선의 택시와 부딪히면서 인연을 맺게 되는 두 여자는 독불과 조폭이 짜고 투견장 도박꾼들의 판돈을 쓸어가려는 음모를 알게 되고 이 돈을 가로채기 위한 계획을 짠다. 반전이 거듭되면서 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이전투구의 행태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거칠면서도 세련된 액션이 화면에 독특한 질감을 불어넣는다. 백일섭, 신구 등 중견배우와 류승범 등 젊은 배우들의 조화스런 연기도 감칠맛 난다. 19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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