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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림·남보라 등…“재능 검증 미흡” 우려도
단 한번의 출연이 인생을 바꾼다? 최근 들어 텔레비전에 잠깐 출연했다가 잠재력을 인정받아 연예계로 데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처음부터 연예계 데뷔를 목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것과는 달리 우연한 기회가 행운으로 이어져 주목받는다. 고교시절 〈도전 골든벨〉에 출연했다가 단아한 모습이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연기자로 데뷔한 한가인도 이런 행운을 거머쥔 예다.
〈맨발의 사랑〉에 출연 중인 이예림(11·왼쪽)은 방송 출연으로 잠재된 끼를 찾았다. 지난해 설날 특집으로 방송된 〈진실게임〉에 이효리의 가짜 사촌동생으로 나와 첫 출연답지 않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수많은 기획사의 시선을 끌었다. 방송 전까지 연예계와는 상관없던 예림이는 이날 방송을 계기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예림이의 어머니는 “평소 나서는 걸 싫어하는데 방송국 무대는 편하다고 말해 신기하다”며 “〈진실게임〉이 예림이의 숨은 끼를 발굴해낸 것”이라고 전했다. 예림이는 〈진실게임〉 후 〈서울 1945〉 〈안녕, 프란체스카〉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사랑의 선율〉에서는 주인공의 아역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경리 역을 맡은 남보라(17·오른쪽)는 올해 초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천사들의 합창’에 11남매가 소개된 것을 계기로 최근 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그는 방영 당시 예쁘장한 외모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밝은 모습이 그의 배우 변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예전미디어 장재은 팀장은 “때 묻지 않고 순수한 모습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003년 〈최수종쇼〉의 ‘기쁜 우리 노래방’으로 화제가 된 ‘동성로 시스터즈’의 박수란은 프로그램 출연 한달 만에 가수 제의를 받았고, 지금은 〈서프라이즈〉에 재연배우로 출연하고 있다. 또 1999년 〈기쁜 우리 토요일〉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몸동작으로 표현했던 판유걸도 그 후 시트콤 〈행진〉에 출연했고, 현재 군복무를 마치고 연기자 데뷔를 앞두고 있다.
〈웃는…〉의 신효정 피디는 “정형화된 신인배우와는 다른 이들의 길들여지지 않은 연기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는 연기력 검증 없이 외모만으로 캐스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 신선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그들이 틀에 맞춰진 연예인이 되는 걸 염려하기도 한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보이는 호기심과 연기력은 별개로, 잠시 유명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연예인으로 만드는 건 기획사에서도 도박”이라며 “이들의 선택이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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