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아버지’ 오늘 마지막편…애절한 부성애 등 다뤄
쉽게 말문을 트지 못했던, 이 시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교육방송 5부작 〈다큐-아버지〉의 마지막 편이 28일 저녁 8시에 방송된다. 아버지들의 이야기 앞머리와 중간에 소리꾼 김명자씨가 넣는 흥겨운 판소리 한대목은 그동안 아버지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듯 시원시원하다. 제작을 맡은 고비 프로덕션의 한인화 피디는 “기러기 아빠, 싱글 대디, 명예퇴직을 당한 가장 등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들만의 애환과 고민을 담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아버지를 다룬 작품이 없다는 것도 이유라고 했다.
두 명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내 딸, 수빈이’편(사진 위)은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는 딸 수빈이를 둔 아버지 강상구(31)씨가 애절한 부성애로 그리는 일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살배기 수빈이는 몸이 아파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딸에게 간을 이식하는 강씨. “내 신체의 일부를 주어 내 딸이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는 그에게 이런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도리어 일에 바빠 딸 수빈이와 부인에게 소홀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그의 마음은 그동안 권위주의에 가려져 있던 아버지의 자연한 모습이다. 한인화 피디는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가 수술 전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듣자 병실에서 돌아누워 우는 모습이 뭉클했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아버지의 자격증’(아래)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생활전선에서 뛰는 이회산씨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씨는 지난해에 정년퇴직한 뒤 바로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돼 일하고 있다. 그게 다 이씨의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성실함 덕분이다. 하지만 몇년 전 사업이 망한 뒤에 한동안 술에 찌들어 살았다고 했다.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무능력한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술을 끊으면서 아내와 자식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큐-아버지〉는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육아휴직을 내고 두 딸을 보살피는 김현오씨,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려고 귀농생활을 시작한 초보 농사꾼 김태수씨, 이혼하고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 대디’ 정일호씨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에는 혈연 중심의 가족 틀 안에서라도 우리가 만나고 싶은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게 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