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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조연이 없는 드라마 쓰고 싶어요”

등록 2006-10-19 18:54수정 2006-10-19 19:23

이달초 방영된 KBS2 ‘도망자 이두용’ 호평 받은 박지숙 작가
지난 4일 한국방송 2텔레비전이 방영한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은 식상한 소재를 특별하게 풀어내는 재주를 부렸다. 쫓고 쫓기는 형사와 범인 이야기를 작가와 연출, 배우의 힘으로 산뜻하게 풀어냈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관심을 부추기는 드라마 관행에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인 듯하다. 〈…이두용〉으로 첫 장편드라마 신고식을 무사히 치른 박지숙 작가(사진)를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황진이〉의 방영이 늦춰지면서 갑작스럽게 편성됐어요. 준비기간이 한달밖에 없었어요. 27일 만에 촬영이 끝났으니 말 다했죠. 배우들과 연출자에게 기댄 게 많아 미안하기도 하고. 몇번을 돌려봐도 아쉬운 게 보이더군요.” 첫 코미디 도전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1, 2회 때는 겁이 나서 아무에게도 방영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박 작가는 〈제주도 푸른 밤〉 〈연애〉 〈후〉 등 단막극에서 사랑을 잃은 상실감을 건조하게 풀어내며 옛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왔다. 이 드라마에서는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전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악당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와 엄마를 남겨둔 남자가 만나는 이유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가족의 모습을 꿈꿨기 때문이에요.” 실제 형사였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노철기 캐릭터는 “경찰을 믿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작가 같지 않은 작가”라 부르는 그는 1997년 피시 통신 유머난에 글을 쓴 것을 계기로 김규완 작가의 보조작가로 〈피아노〉 〈사랑한다 말해줘〉에 참여했다. 2004년 10월 드라마시티 〈제주도…〉로 입봉했으니 1년 반 만에 5편의 단막극을 술술 쏟아냈다. 작품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이두용〉이 호평받으면서는 여기저기 찾는 곳도 많아졌다고 한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조연이 없는 드라마예요. 준비하던 드라마도 주인공이 24명이었고, 〈…이두용〉도 실은 11명이 모두 주인공이에요. 우리 인생에 조연은 없다고 생각해요. 노희경 선생님의 〈굿바이 솔로〉 같은 드라마를 만들려면 멀리 내다보고 정진해야겠죠.”

검은 두건을 쓰고 나온 박 작가는 말투도 스타카토처럼 톡톡 튀었다. 알고 보니 가수가 꿈이었다고 한다. “극본 공모에는 두 번 응모했지만, 가요제는 수도 없이 나가봤다”는 이 엉뚱한 작가에게 습작도 안 하고 작가가 된 비결을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기질이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옛날에 태어났으면 동화 구연 같은 거 하고 다니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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