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네발 자전거’ 촬영 현장…저소득층 돕기 ‘훈훈’
“자신감 있게. 코로 숨쉬고 입을 크게 벌리고.”
가수가 꿈인 경아(14)가 가수 진주에게 특별 과외를 받고 있다. 복식호흡과 발성을 배우고 진주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모깃소리로 웅얼대더니 갈수록 목소리에 힘이 붙는다. 브이제이(VJ) 허백규씨가 6㎜ 카메라로 둘의 만남을 담고, 김선재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와 움직임에 집중한다. 23일 서울 논현동 국제음악예술학교에서 교육방송 〈사랑의 공부방 네발 자전거〉 ‘된다 된다 프로젝트’ 촬영(사진)이 한창이다.
교육방송 〈사랑의 공부방 네발 자전거〉(목 저녁 8시)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어린이날 특집 방송으로 전파를 탄 〈생방송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가 정규 편성된 것이다.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된다 된다 프로젝트’, 아이들과 여행을 가는 ‘간다 간다 프로젝트’, 무료 건강검진과 치료를 하는 ‘으랏차차 프로젝트’, 공부방 아이들이나 교사들의 생활을 담은 ‘리얼다큐 공부방 24시’ 네 꼭지로 진행된다. 피디와 조연출 각각 2명에 브이제이 4명, 작가 5명이 참여하고 있다.
11월9일 전파를 탈 이날 촬영은 전남 목포시 죽교동의 성덕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경아가 가수 진주에게서 노래 지도를 받는 장면이다. 경아네는 아버지가 간경화를 앓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경아는 “유명한 가수가 돼 돈을 많이 벌어 아빠 병을 고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제작진은 행여라도 방송에 얼굴이 나간 아이들이 상처를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 걱정이 시청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경란 피디는 “지난주에 건강검진 결과 녹내장 진단을 받은 정신지체장애인 수아(15)가 나왔는데, 방송 뒤 게시판에 수아의 짝이라며 그동안 수아가 이상해 말도 안 했는데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겠다는 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 통의 전화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열악한 공부방을 돕기 위해 자동응답전화(ARS) 모금도 진행하는 〈사랑의 공부방…〉의 ‘사랑의 저금통’에 2600만여원이 모였다. 정 피디는 “공부방은 빈곤 가정의 아이들에겐 제2의 가정”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 한 명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부방의 지원 또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수 진주는 경아에게 “가수가 되면 듀엣으로 부르겠다”는 약속을 했다. 촬영이 끝났지만 제작진은 또다시 제2의 경아를, 도움이 필요한 공부방을 찾아 나선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