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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내년엔 흐뭇한 오락프로 만나고 싶다

등록 2006-12-20 18:03

지금은 방송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에 나오는 아가씨와 잘 지내기 위한 방법 세 가지.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줄 것. 다음으로는 입고 있는 옷을 칭찬할 것. 마지막으로는 되도록 맛있는 음식을 사줄 것. 이래도 안 되면? 단념하는 게 낫다는 게 정답.

우리나라에서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은? 첫째, 상대방의 얘기에 딴죽을 걸 것. 다음은 입고 있는 옷에 트집을 잡을 것. 마지막으로는 맛없는 음식을 먹이고 반응을 살필 것. 이래도 안 되면? 이도 역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게 낫다.

주중에는 드라마를 보고 울고 주말에는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웃어야 일주일이 갔다고 안심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각 방송사들의 ‘무한도전’의 시대. 특히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누가 이기는가로 ‘해피 선데이’를 맞느냐 못 맞느냐가 결정되는 현실은 시청자들에게 누가 먼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있다 없다’는 건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성형수술의 ‘진실게임’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시청률의 ‘황금어장’을 일구면 되는 상황. 출연자의 열애설을 어느 누구보다 빨리 순간포착하여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얘기하는 것이 시청률 압박으로부터의 ‘위기 탈출 넘버원’이었다.

프로그램이 스타를 만들어 내지만 이제 그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형국. 긍정적으로는 소위 B급이었던 이들이 A급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많았던, 흔히 말하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그들에게 텔레비전이 ‘행복주식회사’로 다가갔던 한해였지만, 그만큼 그들이 많은 욕을 봤던 것이 2006년 우리나라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대차대조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내년에는?

만드는 이의 ‘야심만만’한 기획 의도보다 출연자들이 가진 ‘상상플러스’의 애드리브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사람들을 못 웃기는 ‘엑스 맨’들만 적절히 솎아내고, 시청률의 ‘골든 벨’을 울릴 수 있는 스타를 잡는 것이 여전히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 한,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학과 자학만이 사람을 웃길 수 있고, 온몸을 던져서라도, 호통을 쳐서라도 뜨기만 하면 된다는 세태를 보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하게 될까봐, 웃기지 못하면 가수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좌절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까봐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모두 뛰어넘는 정말 흐뭇한 웃음을 가지고 ‘놀러 와’라고 말하는 프로그램도 2007년에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청률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요 프로그램 중에 유일하게 10%대를 훌쩍 넘는 프로그램은? 바로 〈전국노래자랑〉이다. 송해 선생님께서 올겨울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이문혁/엠넷미디어 컨텐츠기획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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