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 김창완
중견배우 이순재 코믹연기, 김창완 악역 화제
새해 드라마에서 중견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처음으로 코믹연기에 도전한 노장 배우 이순재를 시작으로 김창완, 이정길 등이 악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변신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문화방송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71)였다.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이순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바르고 권위 있는 이미지를 내뿜었다. 92년 <사랑이 뭐길래>에서 서릿발 같은 기세로 자식을 몰아세우던 가부장적 ‘대발이 아빠’나, 99년 <허준>의 스승 유의태의 곧은 품성은 이순재와 직결됐다. <…하이킥>에서는 며느리에게 꼼짝 못하는 기성세대의 권위를 벗어던진 코믹한 모습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중이다.
이순재는 “오랜 이미지를 깨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해학과 인생이 있는 시트콤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들켜 망신을 당하고, 초등학생과 문자로 악담 대결을 펼치는 등 처음 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야동순재’, ‘쪼잔순재’ 등 누리꾼들이 지어준 별명만 십여개. 인터넷에는 시트콤 속 모습을 모은 ‘굴욕순재’ 시리즈가 넘실대고 있다.
배우생활 22년 만에 악역에 도전한 김창완(51)의 변신도 화제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착한 아저씨’ 김창완은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권력을 좇는 대학병원 부원장 우용길로 등장해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다. 2회에서 뇌물을 건넨 후배 장준혁(김명민)을 질책하며 “이거 아주 웃기는 놈이네”라고 쏘아보던 장면에선 ‘소름이 돋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위선적인 외과과장 이주완을 연기하는 ‘좋은 아빠’ 이정길(61)도 권력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으로 악인과 선인을 오가는 중이다.
배역만 달라졌을 뿐 연기는 그대로인 대부분의 젊은 배우들과는 달리 이들은 경험과 연륜이 빚어낸 완벽한 변신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하얀 거탑> 게시판에는 “김창완의 연기는 면도날 같은 카리스마를 표출한다”(KJH630307) 식의 평가가 나돈다. <…하이킥> 게시판에도 이순재의 변신에 흡족해 하는 의견이 많다. 이들의 변신은 젊은 배우의 들러리로 여겨지던 중견배우들을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중견배우들이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며 “사극, 장르드라마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 앞으로도 고정적인 수요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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