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히트’의 하정우,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
hani.co.kr
‘용서받지 못한 자’ ‘시간’ ‘숨’ 등
개성 강한 영화 이력 돋보여
아버지 김용건 덕분 배우의 꿈
“할리우드 무대 대비 영어공부”
개성 강한 영화 이력 돋보여
아버지 김용건 덕분 배우의 꿈
“할리우드 무대 대비 영어공부”
MBC ‘히트’의 하정우
배우 이력 6년차. 하정우(30·사진)는 요즘 행복하다. 5월 개봉하는 한·미 합작영화 〈네버 포에버〉가 선댄스영화제 미국 영화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얼마 전 〈시간〉으로 2007년 포르투갈 오포르투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 내놓지 않겠다고 말해 묻힐 뻔했던 〈숨〉도 4월 개봉한다. 무엇보다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히트〉가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좋은 출발을 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절이지만 22일 경기도 파주의 〈히트〉 세트장에서 만난 하정우는 정작 무덤덤한 듯 보였다. “원래 주변 반응에 신경을 안 쓰는 성격 탓도 있지만, 이번엔 일부러 생각지 않으려고 해요. 드라마 주인공이라면 시청률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데, 그런 부담은 연기로 집중해 풀어나가자는 생각입니다.”
그의 이런 점은 그를 주목받는 연기자로 끌어올린 원동력인 듯싶다. 2002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잠복근무〉 등에 출연했지만, 2005년 윤종빈 감독의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연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보디가드 역으로 관심을 끌 즈음 드라마 출연 제의들을 마다하고 김기덕 감독의 〈시간〉으로 다시 영화로 돌아갔다. 일부러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비주류를 자처하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싫어하는 배우는 없어요. 그러나 대중성을 좇아 작품을 선택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인 만큼 소신껏 선택하고 싶어요.” 〈히트〉를 택한 건 “한국 미니시리즈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사드라마라는 설정 때문”이라고 한다.
하정우는 작품마다 주로 날것의 남자를 연기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태정과 〈시간〉의 지우는 각자 캐릭터는 달랐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느낌은 비슷했다. 규칙을 지켜본 적 없고, 사회 정의에 관심 없는 듯한 〈히트〉의 재윤도 그런 그들과 다른 듯 닮아 보인다. 첫회에서 도박장에서 도망치다 고현정에게 맞는 약간 코믹스런 연기와 2회에서 연쇄살인 여부에 대한 판단을 두고 고현정과 신경전을 벌이는 냉정한 검사의 면모를 보여준 장면에서 그의 상반된 연기는 두드러졌다. “캐릭터에 빠져들기 위해 대본을 꼼꼼히 읽고 왜 이 사람이 이렇게 되는 것인지를 제 경험에 비추어 곱씹어 보고 제 성향을 거기에 맞춥니다.”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말끝을 살짝 비음으로 처리하는 등 얄미운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연예기획사 사건이 시작되는 5회부터는 상처를 안고 사는 재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인 탤런트 김용건 덕분에 그는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꿨다. “할리우드 무대에 서려고 영어를 공부”하는 등 나이가 들면서 배우에 대한 생각도 변해 왔지만 어머니가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사주신 양복을 입고 방송국에 오디션을 보러 간 벅찬 감정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배우는 돈보다는 명예인 것 같아요. 배우가 영향력을 갖고 힘을 받을 수 있는 건 그의 작품목록(필모그래피)에 있다고 생각해요.”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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